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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트라우마'…보험사에만 닫힌 공공의료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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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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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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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돈을 받고 국민들의 진료정보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누구의 것인지 식별할 수 없는 가명 처리된 의료정보고, 보험상품 개발에 필수적인 공공 데이터라는 반박은 통하지 않았다. 심평원은 데이터 가공에 필요한 비용을 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건당 30원을 주고 민간 보험사에 팔아먹었다'는 자극적인 타이틀 앞에 어떤 해명도 무색했다.

결국 심평원은 그 길로 민간보험사에 대한 공공의료 데이터 제공을 전면 중단했다. 민간보험사 뿐 아니라 보험요율 산정이 주요 업무인 보험개발원 등 유관기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문턱을 높였다. 심평원 입장에서는 한 순간에 국민들의 의료 정보를 내다 파는 공공기관으로 낙인 찍힌 셈이니 보험의 '보'자만 들어도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한 일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그 사이 공공 의료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게 된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 국민과 아무 상관이 없는 호주, 캐나다 같은 해외의 논문을 뒤져 외국인들의 데이터를 참고해 위험률을 산출해 왔다. 일본에서 돈을 주고 데이터를 사서 쓰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일명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과학적 목적의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등 전산업에 걸쳐 데이터 활용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에도 공공의료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단지 보험사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의료 데이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러 보험사들이 공공의료 데이터 확보를 위해 보건당국의 문을 두드렸고, 일부 회사는 현재 심사를 받는 중이다.

보건당국은 공공의료 데이터 제공을 요청한 보험사들에 대해 상당히 까다롭고 깐깐한 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제공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하기 때문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식별화된 자료라고 해도 민간보험사의 손에 들어가면 이를 재가공해서 가입 차별 등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파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과 우려일 뿐이다. 물론 만의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예방책을 촘촘히 만들어서 대응해야지 '걱정을 위한 걱정'을 하는 데 그친다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되거나 보유기간이 경과하면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필요하다면 더 강력한 규제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사례도 참고할 만 하다. 미국은 법상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이용 가능한 정보를 '식별정보를 제거한 정보'로 정의하고, 이름 등 식별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악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악용을 막는 것과 함께 활용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공공 의료 데이터가 상품 개발과 서비스에 쓰이면 그동안 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사각지대'로 영역이 확장돼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감염자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팔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보건당국은 지난 국정감사의 트라우마에서 이제는 그만 벗어나 보험사들이 공공 의료 데이터를 사회 편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보험사들도 먼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책임 있는 자세로 데이터를 다루면서 상품 개발 본연의 목적에 힘써야 한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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