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달러 대비 6% 추락한 엔화...."앞으로 더 떨어진다"

사진=AFP

일본 엔화가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엔은 올해 달러를 상대로 6% 가까이 떨어졌다. 글로벌 10대 통화 가운데 가장 낮은 성적이다. 글로벌 경제 회복과 함께 각국에서 금리 상승 전망이 강화되지만 일본만은 유독 예외라는 분석이 엔화 약세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각국이 경제 정상화에 돌입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극단적 통화 부양책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랜 시간 디플레이션과 위기 대응이 일상이 된 일본은 팬데믹 후에도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를 0%대로 유도하는 초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며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테이퍼링에 착수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올해 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고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내년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세계 각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최근 엔화 추가 하락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베팅액은 2019년 초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엔·달러 환율 6개월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고토 유지로 노무라홀딩스의 외환 전략 총괄은 "일본의 근본적인 문제는 물가상승률이 낮고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까지 엔화에 대한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말 엔·달러 환율이 112엔을, 내년 말에는 115엔을 각각 가리킬 것"으로 봤다. 엔이 달러를 상대로 올해 약 2.5% 더 내릴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한국시간 8일 오후 2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109.4엔 부근에서 거래 중이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수석전략가는 엔화 대비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뉴질랜드 달러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는 최근 상품가 상승의 수혜 통화로 부상한 캐나다 달러, 노르웨이 크로네,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를 상대로 눈에 띄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일본 기업들 역시 해외에서 인수·합병(M&A) 기회를 찾는 것도 엔화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도쿄 소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야마다 스스케 일본 외환 전략 총괄은 짚었다. M&A를 포함해 일본의 해외직접투자액은 올해 분기에 전년 대비 30% 가깝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물론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일본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쏟아질 경우 엔화 흐름이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본과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 격차를 극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외환전략가는 "일본의 금리 상승은 쓸데없는 걱정이다. 시장이 엔화를 팔고 어떤 통화를 살지 고르는 이유"라면서 "엔은 예상치 못한 위험 회피 움직임이나 외국인 자금 유입이라는 변수를 빼면 매수를 권하기 어려운 통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