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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한땐 스타 CEO였다[송정렬의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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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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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계적 제품들과 경쟁해도 품질로 이길 자신이 있다. 300억원을 들여 공장자동화를 한다니까 계열사를 확장하거나 땅을 사두라고 충고들을 했지만 한 귀로 흘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한 40대의 젊은 2세 경영인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외환이 바닥난 대한민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다. 대우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 위기 속에서 그는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놓았다.

기업부도가 줄을 잇던 그 시절에 그는 무차입경영을 실현했다. 사내 유보금을 생산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품질에 천착했다. '땅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운 돈벌이라는 부동산 투자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회사가 자체 사옥을 마련한 것은 창업 53년만인 2017년의 일이었다. 그렇게 그는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팠다.

가업승계시 매출 1000억원의 작은 회사는 나날이 성장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대표를 맡은 지 딱 10년째였던 1999년 회사는 매출 5940억원, 영업이익 959억원을 달성했다. 그 다음해엔 매출 6219억원, 영업이익 994억원을 기록했다. 그가 유사 이래 최대의 경제난을 극복한 스타 CEO(최고경영자)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당연지사.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자신과 일가의 지분 53.08%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창업 57년 만이다. 발효음료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활성화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무리한 마케팅이 결정타가 됐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의 무리수에 분노했고,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하는 등 남양유업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70대의 기업가는 울먹이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론은 계속 싸늘했다. 오히려 '악어의 눈물'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IMF 시절 스타 CEO는 20여년 만에 오너리스크의 끝판왕이자 불통경영의 아이콘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비극적인 몰락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남양유업 안팎에서는 공히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내리막의 시작점으로 꼽는다.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이때부터 남양유업에는 갑질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조카 황하나씨의 마약사건, 경쟁사 비방댓글사건 등 악재들이 잇따랐다. 남양유업은 패착을 거듭했고,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남양유업 경영실패의 원인을 꼽자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94세 모친 등 오너일가로 구성된 구시대적 이사회구조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시대 흐름에 따른 소비자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니 외면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최근 소비의 중심축인 MZ세대는 이른바 윤리적 소비를 지향한다. 이들은 착한 기업에 대해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반면, 갑질이나 비윤리적 행동을 한 나쁜 기업들은 불매운동 등을 통해 강력하게 응징한다. 아무리 품질이 좋은 제품도 MZ세대는 그들의 기준에 어긋나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홍원식 회장은 분신 같은 회사를 내려놓으면서 "저는 오로지 내부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부디 그의 마지막 결정은 스타 CEO 시절의 '촉'에 기인했기를 바란다. 그래서 국내 유가공산업의 대표기업인 남양유업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다시 일어서고, 2100여명의 임직원들도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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