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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 그리고 공판중심주의 [서초동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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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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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사건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모여 듭니다. 365일, 법조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간의 체온인 36.5도의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원통하고 슬픈 마음을 드러내는 한자어로 비분강개(悲憤慷慨)와 절치부심(切齒腐心)이 있다. 하지만 둘의 쓰임은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의롭지 못한 일이나 잘못되어 가는 세태가 슬프고 분하여 마음이 북받침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 비분강개이고 절치부심은 개인적인 원한이나 슬픔으로 인해 생기는 분한 마음을 품는 작위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누군가에게는 비분강개로, 누군가에게는 절치부심으로 읽히는 책이 세간에 등장해 화제다. <조국의 시간>이다. 마침 조국 전 장관의 진실을 가릴 재판도 6개월 만에 재개됐다. 코로나 사태와 재판부가 바뀌면서 미뤄졌던 재판이 이제야 열린 것이다.

조 전 장관은 과도한 검찰 수사로 인생이 망가지는 상황이 됐음에 분노와 억울함을 자주 토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쿠테타와 다름없는 부당한 검찰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든 것은 법정에서 밝히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정에서도 조 전 장관의 증언 거부는 300회 이상 이어졌다. 상황은 유리하지 않다. 앞선 재판에서 부인 정경심 교수는 입시비리 등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공범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의 입지 역시 흔들리는 이유다.

재판은 공판이라고도 불린다. 공개적이고 투명하면서 누구나 참석해 재판 과정을 볼 수 있기때문이다. 조 전 장관도 이런 공개 재판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밝히고 법원은 물론 대중의 판단을 받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법원의 공판중심주의가 더 강화되면서 검찰에서의 진술이나 각종 증거도 재판정에서 재평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판정에 선 그는 무겁게 입을 닫았다. 조 전 장관의 입이 열린 것은 법정 밖이다. 그의 저서 '조국의 시간'에는 자신에게 닥친 힘들었던 시간 그리고 검찰권의 무도한 행사에 대한 억울함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책은 20만부를 넘어서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할말을 가려해야 하고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법정의 불편함 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낼 수 있는 회고록이 조 전 장관 입장에서는 울분을 푸는데 적합할 수 있다. 시간도 길이도 제약없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위로가,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호응이 모든 진실을 갈음할 수는 없다.

그의 책 속에는 진술의 진실을 판단해줄 판사도, 진술을 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일 검찰도 없다. 고백은 있으되 진실로 인정되기는 미흡하고 억울함은 있지만 공감하기엔 일방적인 감정의 토로가 있을 뿐이다.

조 전 장관이 진실을 놓고 치열하게 다퉈야 할 곳은 결국 재판정이다. 사실과 거짓을 가려내고 진술의 유의미성을 밝혀 진실의 증거만을 채택하는 공적인 절차, 즉 법원의 재판을 통해서만 진실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은 3개월 동안에 걸친 수사에서 100차례 넘는 압수수색을 받고 가족이 초토화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토로한다. 과도한 검찰권 행사와 짜깁기 공소사실이란 그의 주장도 책이 아닌 법정에서 인정돼야 공적인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검찰개혁에 앞장선 조 전 장관이 이룬 성과가 적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개혁의 방향성이 옳다고 해서 그의 모든 개혁안이 긍정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로 인해 자신이 검찰의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 역시 인정 되는 것도 아니다.

그를 믿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조 전 장관은 치열하게 재판에 임하고 진실 규명에 힘써야 한다. 재판 절차를 그저 '존재의 가벼움'으로만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공간과 장소'에서 주장한다면 이는 법무장관을 지낸 형법학자로서의 자세가 아닐 뿐더러 혼자만의 진실을 탐닉하는 지독한 현실도피자가 될 뿐이다.

진실은 멀리 있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아니다. 재판에서 찾아야 할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의 주장은 우주 밖 먼 행성에서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될 것이다.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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