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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어느 기업인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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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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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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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구실도 있겠다, 회사 매각하고 3000억원을 쥐었는데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소부장'이라 불리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A회장을 얼마전 만났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최근 화제가 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지분매각으로 이어졌다. 기업가치가 한 때 1조6000억원에 달했던 남양유업의 지분을 불과 3000억원에 사모펀드로 넘긴 것을 두고 '헐값'이란 평가가 적지 않았지만 A회장은 오히려 "속이 후련하겠다"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외부에서 지분을 내다 팔 구실을 만들어줬고, 대를 이어가며 호의호식(好衣好食) 해도 마르지 않을 돈을 손에 쥐었는데 시장가격보다 낮게 매각한게 무슨 대수냐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3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계열사 포함 직원 800여명을 고용하고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사업을 키워왔지만 기회만 되면 언제라도 회사를 매각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기업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게 이유였다.

먼저 꺼낸 얘기는 공무원의 보신주의와 연관이 있었다. 그는 신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국내 규제기관에 인증을 신청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몇배는 까다롭다는 유럽에 나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증을 받았음에도 국내에선 '검증되지 않는 소재'라며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한다. 허가했다가 혹여라도 문제가 생기면 해당 공무원의 책임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기피하는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의 개발노력을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 억울해 해당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대를 이은 기업활동도 사실상 포기했다고 했다. 1000억원의 지분을 상속하면 600억원을 세금으로 내는 현행 상속세를 감당하면서까지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줄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대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수조원 규모의 대출에 대한 이자를 걱정해야 하는 고액 채무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100% 지분을 가진 오너가 지금같은 제도에서 대를 이어 경영하면 3대째에선 16%의 지분만 남는다고 한다.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보다 건물 몇채 넘겨주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배경이다.

수백년된 강소기업(히든챔피언)이 많은 독일의 사례를 보면 가업승계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세금부담 없이 기업을 물려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평가다. 연간 1만3000여개 기업이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한다. 제약기업 머크, 자동차부품업체 보쉬, 가전업체 밀레 등이 이렇게 성장했다. 반면 우리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연간 10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러 단서가 붙은 탓에 기업인들의 활용도가 낮다.

기업은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 기술개발을 등한시하고 사업확장보다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 돈을 안돌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행여 기업인의 사업포기로 사모펀드같은 투기자본으로 기업이 넘어가면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수익성이 기업의 핵심가치로 자리잡게 된다. 분배의 문제와는 별개로 기업인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다.

[우보세]어느 기업인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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