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어떻게 'ESG 원조'가 됐나

오경석 풀무원 바른마음경영실 상무

"풀무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가장 큰 무기는 '진정성'입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최근에서야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풀무원은 국내 ESG의 원조라 해도 무리가 없는 회사다. 2004년부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2017년 ESG 경영을 도입한 뒤 2018년 1월1일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33년간 이어진 오너경영을 마감하고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승계한 경우는 한국 기업사에 매우 드문 사례다.


오경석 풀무원 바른마음경영실(이하 경영실) 상무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람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기업'이 풀무원의 미션이라고 소개하면서 "제품과 서비스, 기업운영을 통해 이런 미션을 실천하는 국내 몇 안되는 기업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풀무원의 최대 강점은 투명한 지배구조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이사구성은 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2명, 비상무이사 1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비중(73%)이 일반 상장사 중 최고 수준이다. 또 이사 후보자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이사진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다.

풀무원이 일찌감치 ESG 경영을 도입한 배경은 뿌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라 불리는 원경선 풀무원농장 창업주가 한국전쟁 직후 경기도 부천에 1만평 땅을 개간해 오갈데 없는 이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든 것이 시초다. 오 상무는 "40년 전 사업의 첫 발을 들여놓을 때 풀무원은 이미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며 "원 원장의 삶의 철학인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을 염두고 두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풀무원의 DNA가 지금의 거대한 사회적 변화인 ESG와 맞닿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상무가 전담하는 경영실은 ESG 업무의 컨트롤타워다. 글로벌과 국내 동향과 규제분석, 평가·인증 과정에서 발굴된 ESG 리스크요인과 개선과제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경영실에서 올린 의제는 ESG위원회에서 검토한 후 이사회에 상정하고, 통과된 과제들은 각 사업단위로 분배된다. 실제 적용여부를 모니터링해서 결과를 관리하는 것도 경영실의 업무다.

오 상무는 ESG 리스크 관리가 기업의 부정적 사건 사고를 관리해 더 큰 비용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단기적으로 재무적 가치창출과 연결되는 것은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국내 투자기관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여전히 전통적 기업가치를 우선 측정요소로 삼고 있고, ESG는 참고자료로만 쓴다"며 "ESG 채권 등 투자상품의 금리도 일반상품에 비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ESG 강화를 위한 목표는 크게 3가지다. 기업운영 관점에선 '이해관계자를 배려하는 포용 기업'으로의 가치를, 사업 측면에선 '식물성 지향'을 통한 바른먹거리 식품사업을, 환경분야에선 '공장 폐기물·포장 폐기물·온실가스 제로화'를 목표로 한다.

그는 "이제 금융시장도 ESG를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풀무원의 탁월한 ESG 성과는 재무구조, 매출액, 시가총액 등 기존의 기업 평가 지표로는 주목받을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긍정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경석 풀무원 바른마음경영실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