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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문닫고 사업 대전환 "탄소중립까지 '29년', 긴 시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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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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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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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상)-①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의 긴 항해를 시작했다. 기존의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강자인 대한민국에 탄소중립은 생존의 필수요건이자 새로운 기회의 장이다. 2050년 탄소 발생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준비 상황, 풀어야할 과제 등을 점검한다.
전세계 메이저 에너지 기업의 홈페이지에는 각 회사의 탄소 중립 의지를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위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토탈에너지즈, 로열더치셸, 엑손모빌/사진제공=각사 홈페이지 캡쳐.
전세계 메이저 에너지 기업의 홈페이지에는 각 회사의 탄소 중립 의지를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위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토탈에너지즈, 로열더치셸, 엑손모빌/사진제공=각사 홈페이지 캡쳐.
등유를 얻기 위한 고래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빠진 고래를 살리기 위한 포경선 어업금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 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이산화탄소 과잉으로부터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포경선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의 근원인 글로벌 메이저 석유 화학 회사들이 타깃이다. 전방위적인 압박에 이들은 탄소중립 전략을 통한 사업의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석유 회사들이 석유사업에서 발을 빼고, 화학 회사가 공장의 문을 닫고 풍력과 태양광 사업으로 돌아서고 있다. 변화에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법원이 나섰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탄소중립' 이슈를 무기로 이사회 장악에 나서기도 한다. 이같은 세상의 변화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뒤질세라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영국의 BP가 미국의 태양에너지 업체인 7X에너지를 2억 20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힌 BP의 보도자료/사진제공=BP 홈페이지
지난 1일 영국의 BP가 미국의 태양에너지 업체인 7X에너지를 2억 20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힌 BP의 보도자료/사진제공=BP 홈페이지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의 의지는 결연하다. 지난 1일(현지시각) 글로벌 오일메이저인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2억2000만 달러(약 2242억원)를 투자해 미국 에너지 기업 7X 에너지의 태양에너지 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버나드 루니 브리티시 패트롤리엄(BP) CEO가 투자자들에게 "방향은 정해졌다. 우리는 탄소 순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후퇴는 없다"며 'Reimagining Energy(에너지 재편)'을 선언한 후 탄소중립으로 가는 일환의 조치였다.
공장 문닫고 사업 대전환 "탄소중립까지 '29년', 긴 시간 아니다"
BP는 이같은 기업인수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2019년보다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40% 줄이고, 풍력, 태양광, 수력전기 등 자체 재생에너지 용량을 현재 2.5GW에서 20배 늘린 50GW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BP의 목표가 현실화 되면 2019년 대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BP는 "신규 국가들에서의 화석연료 탐사를 중단하고, 100년 석유회사 BP에서 '종합 에너지 회사'로 변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궁극적으로 석유 및 가스 탐사는 최고 수준에서 75%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아예 회사 이름을 바꿔 변신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TOTAL)'은 '토탈에너지 SE'로 사명을 바꿨다. 석유 제품만이 아닌 풍력과 태양광 등 다른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을 위한 사명변경이다.

프랑스 정유 화학 회사인 토탈이 회사명을 토털에너지즈로 바꾸고 더나은 에너지로의 전환을 알리는 홍보물/사진제공=토탈에너지즈 홈페이지.
프랑스 정유 화학 회사인 토탈이 회사명을 토털에너지즈로 바꾸고 더나은 에너지로의 전환을 알리는 홍보물/사진제공=토탈에너지즈 홈페이지.

토탈은 새로운 캐치프레이즈인 'Committed to better energy'(더 나은 에너지로의 전념)로 향하기 위한 변신에 나선 것이다.

파트리끄 푸아네 토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토탈의 사업 내역이 2030년 안에 크게 바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사업전략이 바뀌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사명변경의 의의를 밝혔다.

앞서 1월에는 25억달러(약 2조7680억원)를 들여 인도 재생에너지 기업 아다니그린에너지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변화는 기존 정유공장을 닫고 이를 친환경 에너지 전환하는데까지 이르고 있다. 토탈은 2024년부터 프랑스 카르카손 정유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여기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푸아네 CEO는 "2030년엔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액이 총 600억달러 선으로 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손모빌이 자동차 회사인 포르쉐와 바이오연료 및 저탄소 에너지 개발을 위한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음을 알려는 홈페이지 내용/사진제공=엑손모빌 홈페이지.
엑손모빌이 자동차 회사인 포르쉐와 바이오연료 및 저탄소 에너지 개발을 위한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음을 알려는 홈페이지 내용/사진제공=엑손모빌 홈페이지.

한 때 전세계 시총 1위였던 엑손 모빌의 대런 우즈 회장은 지난해 말 탄소중립 선언에 나서면서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넷제로를 달성하려는 사회의 열망을 존중하고 지원하며, 기후 변화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비용 효율적인 시장 기반 솔루션을 장려하는 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엑손모빌은 2025년까지 석유·천연가스 생산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6년 대비 15~20% 줄이고, 개발·생산 등 업스트림 부문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40~50% 감축하기로 했다. 또 경유·가스전에서 배출되는 잉여가스를 태우는 '플레어링'을 35~45% 줄이고, 2030년까지 이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에 만족하지 못한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사회 장악에 나섰다. 지난 5월 엑손모빌에 기후변화 대응을 압박해온 소규모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은 이사회 자리 2석을 차지했다. 엑손모빌 지분 0.02%를 보유한 엔진넘버원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을 등에 업고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지난해 7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펀드 블랙록의 창업자 겸 CEO 래리 핑크는 연례 서한에서 "기후변화가 기업의 장기 전망에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며 "기업들은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동참하거나, 아니면 서서히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벤 반 뷰어든 로열더치셸 CEO가 지난 5월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그는 헤이그 법원의 판결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항소의 뜻을 밝히면서도 로열더치셸이 탄소중립의 길로 가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며 더 나은 길을 향한 전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로열더치셸 홈페이지
벤 반 뷰어든 로열더치셸 CEO가 지난 5월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그는 헤이그 법원의 판결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항소의 뜻을 밝히면서도 로열더치셸이 탄소중립의 길로 가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며 더 나은 길을 향한 전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로열더치셸 홈페이지

로열더치셸은 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네덜란드 법원은 자국 석유 업체 로열더치셸에 2019년과 비교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가량 축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지구의 벗' 네덜란드지부 등 환경단체 7곳이 제기한 소송에서 로열더치셸이 기후 변화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이같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전세계 탄소 감축과 관련한 첫 판결로 전세계 석유 가스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로열더치셸이 밝힌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2035년까지 45%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 순배출량 제로(0)로 줄이겠다고 선언보다 더 강화된 감축 목표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초창기에는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이 탄소중립 선언에 앞서 나갔다면 뒤이어 토탈 등 가스나 오일 기업이 속도를 내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듀크에너지나 독일 IWE 등이 전부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있다"고 글로벌 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스1) =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탄소중립 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박용근 SK하이닉스 부사장(왼쪽부터), 장성대 삼성전자 전무, 이창한 반도체협회 부회장,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김성진 디스플레이협회 부회장, 최송천 삼성디스플레이 전무, 양재훈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1.3.9/뉴스1
(서울=뉴스1) =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탄소중립 공동선언문 서명식에서 박용근 SK하이닉스 부사장(왼쪽부터), 장성대 삼성전자 전무, 이창한 반도체협회 부회장,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김성진 디스플레이협회 부회장, 최송천 삼성디스플레이 전무, 양재훈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1.3.9/뉴스1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탄소배출이 많은 시멘트, 발전, 철강, 석유화학 분야를 비롯한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기업들도 잇따라 탄소중립 선언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표기업 4사는 '2050 반도체 디스플레이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지난해 9월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1년에 4차례 기후 변화 대응과제를 수립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온실가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을 갖기도 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여천NCC, 한화토탈 등 화학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성장'이나 '2030년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하고 각 단계에 맞는 로드맵에 맞춰 계획 이행에 나서고 있다. 시멘트, 철강 업체들의 탄소중립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뉴스1)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 논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소기업협의체는 CEO 협의체 형태로 운영되며 정기 총회 및 포럼 개최를 통해 국내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유도하고 수소산업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소사회 구현 및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기여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제공) 2021.6.10/뉴스1
(서울=뉴스1)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 논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소기업협의체는 CEO 협의체 형태로 운영되며 정기 총회 및 포럼 개최를 통해 국내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유도하고 수소산업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소사회 구현 및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기여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 제공) 2021.6.10/뉴스1

공동 대응 전선을 수립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10일에는 현대차와 SK, 포스코, 효성그룹 등 4개 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 모여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논의하는 등 탄소중립의 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기업협의체는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3개 그룹이 공동의장을 맡고, 효성그룹을 포함한 4개 그룹이 수소 관련 사업 및 투자를 진행 또는 계획 중인 기업들의 추가 참여 확대를 견인한다. 오는 7월까지 참여 기업을 확정하고, 9월 중 최고경영자(CEO) 총회를 개최해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외에도 두산과 한화가 수소생태계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의 길에 앞장 서고 있다.

이같은 국내 기업들의 탄소중립 움직임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조경석 한국철강협회 전무는 "기업들은 탄소중립 공정기술개발에 나서는데 모두 아직 적용되지 않은 기술들이고, 생소한 분야로 비용과 리스크를 기업이 부담하는데 정부는 세제, 재원 등을 통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으로 정책을 펼쳤으면 하고, 자발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선진국보다 10% 포인트 가량 높다. 철강, 시멘트 등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며 "산업화 후발주자인데, 먼저 시작한 기업과 같은 속도로 줄이기 쉽지 않아 혁신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시너지가 나야 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며 "2050년이 먼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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