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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판연구원, 획기적인 증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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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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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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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서울대 법전원 원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서울대 법전원 원장.
지난 4월말 제10회 변호사시험 결과가 발표되어 1706명의 새로운 변호사가 탄생했다. 이로써 전국의 변호사는 휴업과 미개업을 포함하면 3만명을 넘겼고, 개업한 변호사만 해도 약 2만5000명에 이르게 됐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인데, 이로 인해 법률시장에서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변호사 자격을 갓 취득한 청년변호사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겨우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으며 초과근무, 성희롱 등 부당한 노동행위에 노출되곤 한다. 현행법상 6개월간 실무수습을 받아야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고용주의 부당행위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한편 법원에서는 일손이 부족해서 사건이 적체되고 있다. 2020년 민사합의 사건을 기준으로 1심 재판에 걸리는 평균 시간이 10개월인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2개월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사건 수 자체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의 권리 의식이 성장하면서 사건당 소요되는 시간과 절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판사의 평균연령이 늘고 승진제도가 폐지되면서 판사들이 예전처럼 격무를 자처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건 적체가 심해질수록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들의 권리가 침해된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재판사무를 처리할 일손이 부족한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더 많은 청년변호사들에게 재판사무를 맡기는 것이다. 예산과 정원 문제 때문에 당장 판사로 임용하기 어렵다면,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임용하여 기록검토, 법리연구, 판결문 초안 작성 등의 역할을 맡기면 된다. 이미 300명의 재판연구원이 고등법원에 배속되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 숫자를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이미 법원은 이른바 법조일원화 제도를 채택했다. 예전에는 시험공부만 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20대 후반의 젊은 판사가 재판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현재는 최소한 5년, 2022년부터는 7년, 2026년부터는 10년의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만 판사가 될 수 있다. 즉 2026년부터는 새내기 판사라고 해도 변호사나 검사로 최소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세상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에게 재판을 받아야 하는 문제는 해소됐다. 그러나 왕성하게 사건기록을 읽고 판결문을 써내던 젊은 판사들의 혈기 넘치는 일처리 능력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사법개혁의 결과로 법관의 사회경력은 늘었지만 고령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재판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하 역시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법조일원화 모델이 된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들은 판사 1명에 1~4명의 재판연구원을 배치한다. 판사들이 고령화된 이들 나라에서 재판연구원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조일원화를 택하였음에도 판사 3000명에 재판연구원은 300명에 불과하여, 판사 10명이 재판연구원 1명을 나눠 쓰는 구조이다.

사건이 폭주하는 각급 법원의 재판 현장에서는 재판연구원을 늘려서 재판부마다 한 명씩이라도 배속시켜 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판연구원을 최소한 2배 이상, 장기적으로는 그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늘려야 사법시스템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재판연구원 증원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는 청년변호사들의 숨통을 트여 주는 일석이조의 현명한 정책이 될 것이다. 재판연구원으로 착실한 훈련을 받고 3년의 임기를 마친 청년변호사들은 장래 우리나라 법조계를 이끌 인재로 성장할 것이니 이는 미래에 대한 값진 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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