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주체는 우리"...'1조 적자' 서울 지하철 수장의 호소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지난 4월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공사 캐릭터 '또타'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사진=뉴스1

재정난에 몰린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인력 감축 등 자구안을 내놓은 데 대해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김상범 공사 사장이 직접 CEO(최고경영자) 서한문을 작성해 임직원들에게 배포하기로 하는 등 노조 달래기에 나선다.

15일 서울시 및 공사에 따르면 김 사장은 조만간 공사의 경영혁신 추진 관련 CEO 서한문을 발송한다. 현재 1차 서한문이 완성됐고 김 사장이 추가 내용을 검토 중이다.


서한문에는 공사의 경영혁신 추진 내용에 대한 임직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사장은 서한문에서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공사의 재정위기를 외부의 도움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공사의 문제해결의 주체는 우리들이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위해서는 공사가 해야할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맞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 "공사의 자구노력안은 요금인상과 공익서비스비용 정부보전, 안전?서비스 투자비 지원 확보 등 구조적 해결책을 얻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이며 시민의 눈높이에 부응코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력 구조조정 등 임직원들의 불만 사항에 대한 답변도 담았다. 김 사장은 "직원 여러분의 신분을 불안하게 하는 강제나 압박 등 인위적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근무제도 변경에 있어서 보수, 복지 등 처우가 저하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며, 오히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장시간 체류해야 하는 불합리한 근무형태를 비숙박 위주로 전환하고 체류 시간을 축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사장이 서한문을 발송하기로 한 것은 경영혁신 추진안에 대한 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공사는 지난 4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경영혁신 추진계획안을 보고했다. 공사는 지난해 1조1137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도 약 1조6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공사는 전체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1500여명의 인력 감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노조에 제시했다. 차량기동반과 기지 기계관리, 구내식당 등 비핵심 업무를 자회사나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400여 명도 줄인다. △심야운행 폐지 △올해 임금 동결 및 복지비 축소 △사당 복합환승센터 등 보유자산 매각 등도 담겼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작년 코로나19 등으로 심화한 전국 도시철도의 재정난은 현 정부가 키워 온 책임이 컸다"면서도 "구조조정 계획은 오롯이 노동자와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도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