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텼더니, 다시 불붙었는데..." 베트남 펀드, 지금 팔아야 할까

#2017년 말 베트남 호치민 지수인 VN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1200을 향해 달려갈 때 직장인 A씨는 베트남 펀드에 가입했다. 전체 60% 이상을 베트남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초반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대유행)으로 VN지수가 7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자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 40%를 찍었다. 장기 투자할 생각으로 갖고 있었는데 이제라도 손절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A씨는 "일단 버텨보자"는 마음에 펀드를 계속 들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해말부터 수익률이 회복됐다. 두자릿수대 마이너스에서 올 4월 드디어 플러스로 전환됐다. 하지만 고민은 다시 시작된다. 지금 환매를 해야할지, 더 갖고 있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이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주식형 펀드 연초대비 수익률이 8.01%였는데, 이 중 베트남 주식 수익률은 26.52%로 가장 높았다. 베트남 지수가 큰 폭 오르면서다. 지난달 25일 VN지수는 종가 기준 1300을 넘었고 지난 7일에는 장중 1375.74 최고치를 찍었다.

베트남 증시는 현지 개인투자자들이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동학개미가 유입된 한국 증시처럼 베트남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전 월 2만~3만개였던 신규 주식계좌수는 6만~7만개로 늘었고 지난 5월 기준 11만개가 됐다"며 "베트남 정부의 부동산 규제도 맞물렸고 코인 시장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외 경기 회복과 이에 기반한 제조업 수출 등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베트남 지수 수익률의 1.5~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펀드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한국펀드평가 조사에 따르면 VN30 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 2배에 연동하는 수익률을 내는 한국투자신탁운용 'KINDEX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은 67.77%다.

VN30 지수 일일 등락률 1.5배 내외 수익률을 추종하는 NH아문디 '베트남레버리지' 연초이후 수익률도 57.89%였다. 이 상품은 지난해 6월 저점 대비 수익률이 200% 뛰었다.


다만 베트남 증시 고공행진과 함께 수익률은 올랐는데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연초대비 해외주식형 펀드에 설정액이 3조 8510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베트남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4022억원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탓이다.

2017년부터 3년간 국내 베트남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조 5000억원 순증했는데 2019년 4분기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 초기엔 성과가 너무 안 좋아 빠져나갔고 올해는 본전을 찾는 사람들의 환매 강도가 강해졌다"며 "지난해 2000억원, 올해 상반기에만 4000억원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물려있었던 자금의 손바뀜이 일어난 건데, 이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흐름을 따라 지금 베트남 펀드를 팔아야 할까. 이 연구원은 일부분 환매를 권했다. 그는 "외국인 손바뀜이 된다는 건 좋은 신호지만 동시에 현지인 물량이 다 매물 벽으로 쌓인다는 의미라 나중에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차익 실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반면 최근 고점을 경신하고 단기 조정을 받고 있는 베트남 증시가 투자 기회란 전망도 있다.

김주인 NH아문디자산운용 패시브솔루션본부 매니저는 "현재 매도세가 이익 실현에 따른 것임을 고려할 때 이번 조정은 이후의 안정적 상승을 위한 건전한 조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베트남 증시의 경우 견조한 경제성장률, 강력한 정책지원과 우호적인 대외 여건 등으로 추세적 상승이 예상되는만큼 현재 단기 조정은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