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유사범행 "무혐의"…생후 4개월 사망 막을 수 있었다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News1 DB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생후 4개월 아들의 머리에 무차별 주먹질을 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혐의를 부인했다가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친모가 1년 전에도 생후 2개월 아들을 유사 범행으로 숨지게 해 수사를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무혐의로 풀려난 친모는 둘째 아이가 숨진 지 8개월여 만에 출산한 셋째 아이를 상대로 머리에 주먹질을 하는 등 무차별적인 학대 행위로 아이를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등에관한 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상습상해, 상습학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A씨(25·여)는 2019년 10월 둘째 자녀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의 둘째 자녀는 2018년 4월 출생으로, 생후 2개월만에 두부 손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2019년 10월24일 치료 1년여만에 숨졌다.

당시 경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A씨는 혐의를 벗어났다.

그러나 둘째 자녀가 숨진 지 8개월여만인 2020년 6월2일 출산한 셋째 C군(1)에 대한 학대치사죄로 또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경찰 수사는 A씨가 지난해 10월30일 오후 6시38분께 남편인 B씨(33)와 함께 인천의 한 병원을 방문해 생후 4개월 된 셋째 자녀인 C군의 시신을 옮기면서 시작됐다.

A씨는 당시 남편과 함께 C군을 단순 사고사로 위장했다. 그러나 아동학대를 의심한 경찰이 C군에 대한 병원기록과 A씨 등의 수사 기록 등을 검토했고, 부검의와 법의학자 소견을 확보하면서 이들의 범행을 밝혀냈다.

C군의 병원 기록에는 의사의 학대 소견은 남겨져 있지 않았지만, 팔 등 골절상 등이 확인됐고, 두부 손상 의심 소견도 기록돼 있었다. 또 부검의와 법의학자 소견을 통해 이들이 C군을 지난해 7월부터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몸에 골절상을 입히고도 방치하고, 9월부터 주먹 등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등 학대 강도가 높아졌던 사실도 확인했다.

10월 22~25일, 또 27~30일 나흘씩에 걸쳐 머리를 계속해서 내리쳐 20~30차례 이상 주먹질로 생후 4개월 아이를 결국 숨지게 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은 3개월간 수사를 통해 C군에 대한 학대치사죄를 밝혀내 A씨와 남편에 대해 올 1월25일 구속했다.

경찰은 A씨가 둘째 자녀도 학대해 숨지게 했다는 입장이다. A씨가 둘째 자녀에 대한 학대치사죄로 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 단계에서 혐의가 입증돼 재판에 넘겨졌다면 C군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둘째 자녀가 숨진 뒤 셋째 자녀를 숨지게 한 뒤에야 법의 처벌을 받게 됐다.

이들의 첫째 자녀인 D양(3)은 경찰이 C군 수사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위탁한 뒤 수사를 진행해 현재 보호기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D양의 학대 혐의도 수사했으나 학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받았다. A씨의 남편은 A씨의 학대치사 등 범행을 방조해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 및 방임)죄로 징역 3년,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의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둘째 자녀에 대한 학대치사죄는 기소되지 않았으나, 둘째 자녀 역시도 두부손상 등으로 숨진 상황에서 또 다시 셋째 자녀를 숨지게 한 점 등을 양형사유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1년 전 또 다른 자녀가 머리부위 손상 및 합병증으로 사망한 바 있음에도 이와 유사하게 두부 손상을 입은 피해자를 학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방치했다가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죄책이 무겁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