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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망치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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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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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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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 Ⅲ ]대통령<1>-③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열린 박근혜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 뒤 박대통령측 변호인단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열린 박근혜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된 뒤 박대통령측 변호인단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의 재정·경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과 영향력, 비정상적 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 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이나 현안 해결과 관련하여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으로 사실상 피청구인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피청구인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웠다면, 피청구인의 요구는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는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2017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 결정문은 인사와 조직, 예산, 입법 등 대한민국의 모든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남용되는 구조가 적나라하게 지적된 사료다.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공무원 임면권 남용, 사기업의 재산권 침해로 이어지는 대통령 권한 남용 등은 법정에서 직권남용 권리방해죄와 강요, 뇌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범죄 행위로 판단돼 징역 22년 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당시 안창호 헌재재판관은 보충 의견을 통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되는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가 이러한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를 가능하게 한 필요조건"이라며 현행 대통령 제도 하에선 또다른 '범죄자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안 재판관은 "대통령에게 법률안제출권과 예산편성·제출권, 광범위한 행정입법권 등 그 권한이 집중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피청구인의 리더십 문제와 결합해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장차관, 기관장 등은 3000개 정도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의 예산이나 운영 자금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준공적기관들까지 합하면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은 10배로 늘어난다. 윤소영 한신대학교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위기와 비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대략 1만개에서 3만개로 급증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정부 예산에 미치는 대통령의 힘과 직결된다. 정부의 예산이나 운영 자금 지원을 통해 움직이는 공적 기관 및 준 공적기관 수가 늘어난 만큼 대통령 권력이 이들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특전'으로 지급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대통령 혹은 청와대 권력이 남용된 흔적을 놓고 진통은 진행 중이다. 검찰 수사를 불러일으킨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친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수사기관과 정부부처 등을 움직여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를 제시함으로써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에 집중된 국가 권력이 견제장치 없이 남용된 범죄라는 점을 사건의 본질로 주장하기도 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으로 청와대 개입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검찰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기소하지 못한 채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등 당초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접근하려 한 수사 방향이 잘못된 것이란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문재인정부가 비정상적 대통령 권한 남용으로 심판받은 박근혜정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된 비정상적 구조를 바꿔 장관과 총리를 중심으로 행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약속 대신 오히려 청와대 비서실을 강화해 청와대 중심의 국정을 운영해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청와대 비서실 인원으로만 비교해보면 김대정정부는 400명 정도를 유지했고 노무현정부는 후반부에 533명까지 증가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400명대 중반으로 줄였다가 문재인정부는 490명선까지 다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 측면에서도 청와대 장차관 직급이 문재인정부에서 장관급 2명(비서실장, 정책실장), 차관급 10명(수석비서관)으로 이명박정부(장관급 1명, 차관급 8명), 박근혜정부(장관급 1명, 차관급 9명)보다 늘었다.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사회실장은 계간 사회진보연대 봄호에서 '문재인 정부 평가와 2021년 정치전망'과 관련해 "문재인정부는 비서실장 밑에 재정기획관을 신설했다. 예산에 관한 권한을 기획재정부에 맡기지 않고 청와대가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며 "특히 김대중정부 때는 직급을 낮추고 권력통제 기능을 없앴던 민정수석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심지어 개헌안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바로 조국 민정수석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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