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서증조사 방식에 반발…"재판장, 무속인 아니라면 이유 밝혀야"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2021.6.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변호인이 재판부의 서증조사 방식에 대해 "재판장이 무속인과 다르다면 합리적 이유를 말씀해달라"며 반기를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윤 부장판사는 서증조사에 앞서 "31회 공판기일에서 고지했듯이 서증조사는 서증요지를 고지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증거명칭 고지만으로 해당 서증이 확인되는 경우 서증요지는 갈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개정 전 형사소송법은 서증의 제시 및 요지 고지가 원칙, 열람·등사·낭독이 예외였는데 반성과 개선 취지로 낭독을 원칙으로 입법적 결단을 했다"며 "이에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서 증거서류의 경우 검사가 그 전부를 반드시 낭독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글도 빠뜨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낭독을 하자는 것"이라며 "재판장께서 법에 따라 요지고지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내용은 법에 없다. 내용 고지다"라고 꼬집었다.


형사소송법 292조 1항은 검사 등 신청에 따라 증거서류를 조사하는 때에는 신청인이 이를 낭독해야 하고,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내용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법조인이 돼서 '법을 지키자', '원칙을 지키자'는 말을 우습게 알면서 자의적으로 무엇을 한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느리더라도 반걸음이라도 나아가는 재판이 되기를 분명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증거서류 조사방법을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규칙에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요지진술을 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변호인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른 재판을 말씀드린 게 아니다. 헌법과 법에 따른 재판을 요구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요지 고지로만 한다면) 헌법재판소를 가야할지, 대법원에 가야할지 (결단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부장판사도 "형사소송법은 증거서류에 대한 2차적, 보완적 조사방식을 규정해 재판장에게 적절한 증거조사 방법을 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기존 고지한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거부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무속·역술업계와 법조계의 차이는 법조계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며 "무속인과 달리 재판장님이 법조계 재판장이라면 합리적 이유를 말해달라"고 고집했다.

윤 부장판사는 "변호인 주장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실질적 서증조사가 진행되도록 소송지휘를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효율적 증거조사가 필요하다 생각하고 핵심 내용을 고지하도록 소송지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변호인은 "저희는 법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계속 항의를 이어가자 재판부는 잠시 휴정을 했다.

휴정 뒤 윤 부장판사는 "오후 2시에 다시 개정할텐데, 변호인은 피고인 본인과 한 번 상의하신 뒤 오후 재판에 말씀해주시길 바란다"며 다시 의견을 듣고 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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