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 이상 집회 불법인데...택배노조 노숙집회에 경찰 "엄정대응" 방침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텐트를 설치한 모습./사진=정한결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1박2일 노숙 상경투쟁이 이틀째를 맞았다. 택배노조는 16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내 문화의광장에는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과로사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1박2일 노숙 투쟁을 이어갔다.

택배노조는 지난 8일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합의기구'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하자 총파업을 결의했다. 노조 측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 인원이 기존 사회적 합의와 달리 투입되지 않고 있으며, 인력 투입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상경투쟁은 노사와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회의 일정에 따라 1박2일로 진행 중이다. 조합원 상당수는 여의도공원에서 노숙을 했다.

이날 오전 문화의 광장 옆 가로수 밑 그늘에는 조합원들이 텐트와 돗자리를 깔고 쉬고 있었다. 공원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곳곳에는 노숙을 준비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가져온 짐과 하룻밤 사이 쌓인 쓰레기들이 봉투에 담겨 쌓였다. 광장에는 조합원들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우산 등을 쓰고 앉아 자리를 지켰다.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1박2일 노숙 상경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노조 측은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되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택배비 분과' 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날 치러진 회의에서는 민간 택배사들이 핵심 쟁점이던 물류인력 투입을 연말까지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우정사업본부의 분류비 투입 여부를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전날 집회에서 "세부적 사안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우체국 택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쟁점이 된 물류인력 투입 시기와 관련해선 노동조합이 수용 가능할 만한 제안이 도출됐다"며 "6월말까지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고 7월27일 새로운 위탁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상경집회가 10인 이상 집회이기에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경찰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대규모 상경집회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고 방역수칙 위반 시 엄정대응 하겠다고 사전 경고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도 전날 "지능수사과장 등 16명을 수사전담팀으로 편성해 주최자·주요 참가자를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위반 혐의로 엄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도 여의도공원 일대에 버스를 세우고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공원 입구에는 경찰 방송차량이 들어섰고, 집회 중간중간 확성기를 통해 자진해산을 요구하며 엄정한 사법처리를 경고했다. 전날 경찰은 노조 측과 방송장비 반입을 두고 충돌했으나, 이날 상경투쟁은 물리적인 충돌없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