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면제도 꺼냈는데"..2·4대책 후속법 '스톱' 13만가구 무산?

전국 83만 가구 공급을 위한 2·4 대책 후속법안 일부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약 13만 가구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하면서 공공이 주택 소유권을 넘겨 받아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하는 모델을 2·4 대책에서 야심차게 내놨다. 이 같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13만6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민간주도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나오면서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다만 여야가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아예 무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 83만 가구 중 13만가구 날라가나?...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재개발 후속법안 국회 통과 무산 파장16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4 대책에서 내놓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후속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 등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과 관련한 후속법안 7개는 법안소위를 통과해 오는 11일 국토위 전체회의에 상정돼고 이달 내 통과될 전망이다.

총 83만 가구 공급 계획이 담긴 2·4 대책의 한 축이 공공직접정비사업이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다. 조합이 주도해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재건축과 달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소유권을 넘겨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목표 물량은 13만6000가구다. 서울 8만3000가구, 경기와 인천 2만1000가구, 지방광역시 2만2000가구 등이다. 시행을 위해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번 국회 통과는 어려워졌다.


국토부는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성공을 위해 그동안 공을 들여 왔다. 주택소유주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미적용하고 2년 실거주 의무도 면제하는 등의 파격적인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여기에 더해 기존 정비사업 대비 최대 30%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보장했을 정도로 의지가 컸다.

하지만 법안심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굳이 공공이 주도하지 않더라도 민간 위주로 추진해도 주민 동의를 얻기 충분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공공기관에 수용권까지 부여해 추진할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을 마친 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조합원 지위 양도 조기화 법안과 함께 논의 키로"..서울시 민간 재건축 속도내면 공공직접시행 관심도 떨어질 가능성
이와 관련 국토부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의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발의 도시정비법 개정안과 2·4 대책의 개정안을함께 논의하자는 의견이 어제 국회에서 제기된 것으로 안다"며 "두 법안을 놓고 다음 법안심사 소위에서 합쳐서 심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추후 다른 법안과 묶어 재논의 하기로 한 만큼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법산심사 소위에서는 공공직접시행이 아니면 재초환 면제 혜택을 원천봉쇄하는 내용의 재초환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추후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추가 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국토부의 해석이다.

도정법이 바로 개정되지 않더라도 2·4 대책의 목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적인 절차 이전 단계인 사업성 분석과 주민협의 등 사전컨설팅으로 약 60개 후보지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외에 공공직법시행이 아니더라도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은 법적 근거가 마련돼 이미 약 2만7000가구 공급 후보지가 확정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가 논의를 위한 법안심사 소위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 일정 들을 감안할 때 재논의를 하더라도 오는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 서울시가 동시 추진하는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앞당기는 제도는 오는 9월 법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도로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에 아예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의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매력도가 떨어져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