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책임 사모펀드 원금 100% 보상…"고객 우선" 강조한 정일문 한투證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라임, 옵티머스, 팝펀딩, 디스커버리 등 10개 상품의 고객 투자금 100% 전액을 보상한다. 아직 분쟁조정 결과 등이 나오지 않은 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가 100% 선보장을 약속한 건 이례적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보상기준에 따라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된 사모펀드 중 이번에 전액 보상이 결정된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상품이다.

이들 펀드의 전체 판매액은 806계좌 약 1584억원으로, 이미 전액 또는 부분 보상된 금액을 제외하면 추가로 약 805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기관이나 법인도 구분없이 100% 보상한다.

보상액 지급은 소비자보호위원회 의결 및 실무 절차 등을 거쳐 7월까지 마무리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별도로 분쟁조정 결과나 손실률이 확정되더라도 기 지급한 보상금을 회수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사장은 "(보상액은) 6월 상반기 결산하면서 충당금을 쌓을 예정"이라며 "부담스러운 수치인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비용히지만 향후 투자로 알고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정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우선, 신뢰 회복"을 연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고객 신뢰회복이라는 대명제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우선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날 간담회는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됐다. 지난밤 임원회의를 열고 발표를 급박하게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제재 감면을 위한 면피용 대책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팝펀딩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기관 경고가 확정되면 향후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 제재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사결정을 했다면 금융당국에서 심의하고 있는 중에 발표했을 것"이라며 "이를 염두에 뒀다기 보다 오로지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상품 시장 선진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사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게도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판매했다가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287억원에 대해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지난해 7월 1차로 투자자에게 원금 70% 선지급했고 같은 해 9월 2차로 20%, 올해 4월 나머지 10% 추가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조치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은 내부 보상기준을 강화했다. 보상여부를 판단하는 항목으로 단순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설명서 상 운용전략과 자산의 불일치 △운용자산 실재성 부재와 위험도 상이 △보증 실재성 및 신용도 불일치 △설명서 상 누락 위험 발생 △거래 상대방의 위법 및 신의원칙 위반행위 등을 포함했다. 이번 보상방안도 이 기준에 따라 마련됐다.

불완전 판매 사태를 막기 위해 상품선정위원회 기능과 책임도 대폭 강화한다.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도 신설해 고객에게 공급한 상품이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판매사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로 했다.

이 같은 보상안 확정으로 창구에서 앞으로 펀드 판매에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단 우려에, 정 사장은 "프로세스상 상품선정위원회에서 상품을 제대로 선정하고 이를 창구에서 판매하게 되는데, 명확한 기준을 세워놓으면 되레 그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