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근로자 임금삭감 막는다

(서울=뉴스1) = 12일 서울 동작구 한 건설공사장에서 보건관리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 현장근로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동작구청 제공) 2020.3.12/뉴스1

정부가 다단계 구조로 인한 건설근로자의 임금 삭감 방지를 위해 적정임금제를 도입한다. 근로자의 실제 임금 정보를 수집한 후 다수가 지급 받는 수준을 적정임금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국가·지자체 300억 이상 공사에서 직접노무비를 지급 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된다.


정부는 18일 다단계 건설생산 구조로 인한 건설근로자 임금삭감을 방지하고 건설산업 일자리 환경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일자리위원회·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적정임금제란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건설산업의 경우, 원도급사 → 하도급사 → 팀·반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생산구조로 인해 임금삭감을 통한 가격경쟁과 저가수주가 발생하고 있다.

팀반장의 중간 수수료 수수 등으로 인한 임금수준 하락 또한 건설업 취업기피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면서 내국숙련인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불법 외국인력이 이를 대체하는 악순환도 지속됐다.

정부는 건설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총 20건의 시범사업 및 제도화 관련 연구를 실시하고 일자리위원회 건설산업 TF를 거쳐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적정임금제는 공사비 중 직접노무비를 지급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한다. 직접노무비 지급 대상은 아니더라도 측량조사, 설치조건부 물품구매 등 실제 현장 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추후 시행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재정부담,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국가·지자체 300억 이상 공사를 대상으로 추진된다. 제도 도입효과에 대한 분석 등을 거쳐 민간공사 등 시행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를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적정임금은 임금직접지급제, 전자카드제 등을 통해 수집된 건설근로자 임금정보를 기초로 산정한다. 근로자의 실제 임금 정보를 수집한 후 다수가 지급받는 임금 수준인 '최빈값'을 직종별로 도출해 적정임금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추후 등급별 분류도 검토한다.

적정임금 도입에 따른 추가 공사비 반영을 위해 종합심사낙찰제 동점자처리기준을 '최저가입찰'에서 '균형가격 근접'으로 변경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적정 공사비 반영 여부를 분석한다. 시범사업 결과 적정공사비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에는 추가 공사비 확보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이 적정임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전자카드로 근로내역을 관리하는 전자카드시스템과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해 임금·대금을 청구·지급하는 임금직접지급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문자·메신저 등을 통해 근로자가 적정임금 이상을 지급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피드백 시스템(전자카드시스템 등)도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적정임금제의 도입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관련 법령 개정 및 시스템 보완 등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시행 이전에 공공기관의 사전준비 등을 위해 15건 내외의 추가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김근오 국토부 건설정책과장은 "적정임금제가 도입됨에 따라 다단계 건설생산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건설근로자 임금삭감의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건설현장에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건설산업 일자리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산업 경쟁력 및 공사 품질도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