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했던 전 여친에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2심서 '집유' 감형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동거하던 연인과 헤어진 뒤에도 성관계를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남성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지난 10일 협박 혐의를 받는 A씨(48)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1년8개월간 동거하던 B씨(38·여)와 헤어진 뒤 지난해 4월14일~17일 10회에 걸쳐 성관계 동영상 캡처 사진 등을 이메일로 보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와 헤어진 뒤에도 수차례 연락해 남자 관계에 대해 해명하거나 성관계를 맺자고 요구했다. B씨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차단하자 성관계 동영상 캡처 사진을 보내면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B씨의 지인들에게 남자관계에 대해 험담을 퍼트리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1심에서 A씨는 성관계 동영상 캡처 사진 등을 보낸 사실을 인정했지만 협박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사진에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은밀한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유포된다면 피해자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협박죄 성립여부에는 피고인이 동영상을 실제로 유포하고자 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끼도록 피고인이 해악을 고지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자살 최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지만 피고인은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고 자신은 피해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징역 8월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참작해 감형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