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세균실험실 주민투표 행정소송 기각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추진위원회가 18일 부산지법 앞에서 행정소송 기각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2021.6.18 ©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시민단체가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불수용한 부산시를 대상으로 법원에 청구한 행정소송이 18일 기각됐다.

부산지역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추진위원회는 이날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 없어 곧장 항소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오늘 판결은 부산에 존재하는 외국군기지 시설로부터 유린당하는 부산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업무를 누가 해야 하는지를 묻는 매우 중요한 판결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한미군 기지 내 위험시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국방외교 담당부서들이 업무 주체라고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 불복한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군과 국방부는 미국의 입김이 가장 강한 부서"라며 "불평등한 SOFA 협정이 존재하고, 전시작전지휘권도 미군이 행사하고 있는 조건에서 주한미군 내 위험시설에 대해 제대로 인지도 관리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주민자치단체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위험시설 존폐를 시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이헌 추진위 상임대표는 "비록 패소했지만 안전에 대한 시민의 염원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싸워내겠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다음주쯤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추진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요구서명을 실시했다.

부산시 주민투표 조례인 시 유권자의 20분의 1인 15만명의 목표치를 넘긴 총 19만7747명의 부산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하지만 시는 추진위가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서명을 진행했고, 세균실험실 폐쇄 문제가 '국가 사무'라는 이유로 주민투표 요건에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추진위는 지난해 12월28일 부산시를 상대로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거부한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부산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최윤성)는 기각하면서 별도로 기각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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