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당일지급' 문자에 홀린 주부…'지각비'에 지옥 빠졌다

자료=금감원

#1. "실시간 소액 당일안전 지급론! 간단한 본인인증과 무방문 서류제출로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대출 됩니다. 24시간 친절 문의 상담 진행 가능합니다. 언제든 연락주세요"

#2. "지금 대리입금해요. DM(다이렉트 메시지) 주세요~" 아이돌그룹의 굿즈 상품을 사려던 A학생은 SNS상에서 대리입금을 통해 소액을 간단히 빌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소액이라 부담 없이 여러 계정으로 돈을 빌렸지만 결국 이자(지각비)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A학생의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법채권추심을 진행하며 괴롭혔다.


불법 인터넷금융광고가 SNS·블로그 등 공개된 인터넷 공간은 물론 문자·카카오톡 등 개인형 메시지로 확산하고 있다. 생계가 어려운 서민·저신용자 뿐만 아니라 청소년·주부 등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광고가 성행했는데, 청소년·주부는 'SNS 지인과 부모님, 남편 등에게 폭로한다'는 협박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추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료=금감원

금융감독원은 작년 한해 명함광고와 문자메시지, 인터넷 게시글 등 불법대부광고 29만8937건을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전년(24만288건) 대비 24.4%(5만8619건) 증가한 결과다.

또 불법대부광고에 활용된 1만1188건의 전화번호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용중지 의뢰했다. 조치의뢰 건수는 전년(1만3244건) 대비 15.5%(2056건) 줄었는데, 코로나19(COVID-19)로 오프라인 활동 위축에 따른 제보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인터넷에 게시된 5225건의 불법대부광고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의뢰했다.

최근 불법대부광고 주요 특징은 금융회사를 사칭한 문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시중은행 등 금융사를 사칭해 대출·상담 명목으로 전화를 걸도록 유인하는 문자메시지 광고가 늘고 있다.

또 규제를 피하기 위한 '메뚜기식 광고'도 성행하고 있다. 불법대부광고 게시글이나 전화번호를 2~3주 가량 단기간만 활용하는 식이다. 불법대부광고 적발에서 조치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 SNS를 중심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리입금 등 불법대부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대리입금은 주로 10만원 미만의 소액건으로 상환에 부담이 없음을 강조하는데, '지각비'라는 이름으로 연 1000% 이상의 고금리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자를 못갚았을 때는 불법채권추심도 서슴지 않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은 진화하고 있는 불법대부광고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감시시스템 고도화와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불법대부광고 적발율을 높이고, 적시성 있는 조치를 위해 AI(인공지능)로직을 도입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며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방심위와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