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광복절 전후 가석방 '무게'…재계는 "가석방보다 사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9일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28일이면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8·15 광복절 전후의 가석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원활한 기업 활동을 위해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7월28일을 기점으로 복역률 60%를 넘긴다. 현행 형법상 가석방은 형기 3분의 1만 채우면 가능하지만, 법무부는 하위 법령인 예규에서 형기 60% 이상을 채운 수용자를 가석방 대상자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 차원에서 복역률 80%였던 가석방 기준을 60%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내달 가석방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최근 미중갈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자 재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법론을 두고는 사면과 가석방으로 나뉜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필요성에 대해 운을 띄운 것은 경제단체였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장,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은 5개 주요 경제단체 공동명의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1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는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4대 그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재차 거론됐다.

이날이 부회장을 대신해 자리한 김기남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자리에 있던 4대 그룹 총수들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론'에 불이 붙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을 보였다. 송영길 대표가 지난 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이 종료가 안돼 사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강병원 최고위원도 "법적인 요건이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면 가석방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언급했다.

가석방 여론이 형성되자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4일 다시 한번 이 부회장 사면을 꺼내들었다. 가석방과 사면은 기업활동에 있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별사면은 남은 형집행을 즉시 면제해 자유인으로서의 경영 복귀를 가능케한다. 반면 임시 석방으로 보호관찰 등 일정한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특경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이슈 역시 풀어야할 과제로 남는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은 하루 단위로 급변하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시장 변화에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사면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계산이 아닌 국가 차원의 이익을 고려할 때"라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오는 23일 옥중에서 만 53세 생일을 맞이한다. 이 부회장이 옥중 생일을 보내는 것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17년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