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90개서 꿀 겨우 200㎖"…보은 양봉 농가 기후이변에 울상

(보은=뉴스1) 장인수 기자

충북 보은의 양봉업자들이 벌꿀 생산이 급감해 울상이다. © 뉴스1

(보은=뉴스1) 장인수 기자 = "올해 꿀 농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해에도 꿀 수확량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 심하다."

충북 보은에서 수십 년째 양봉업을 하는 한 농업인(65·회인면)의 볼멘소리다.

잦은 비와 이상기온 현상으로 벌꿀 생산이 급감해 충북 보은의 양봉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21일 보은군과 이 지역 농업인들에 따르면 군내에서 250여 양봉농가가 2만1540여개의 벌통을 갖추고 꿀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양봉농가는 연간 꿀 생산량의 70% 정도를 5~6월 중에 채취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달에 잦은 비와 한낮 기온이 20도를 밑도는 날이 많아지면서 아카시아꿀(아까시나무꽃에서 채취한 꿀)을 거의 채취하지 못했다.

이상기온과 잦은 비로 아까시 꽃이 일찍 져 꿀 생산량이 크게 준 것이다.

일부 양봉농가에선 꿀을 따러 나간 벌들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말부터 밤꿀 채취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올해 벌꿀 농사를 아예 포기하는 양봉농가가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양봉업자(63·내북면)는 "잦은 비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90개 벌통에서 9드럼 남짓 벌꿀을 채취했는데 올해는 겨우 1드럼(200㎖)만 채웠다"며 "대다수 양봉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밤꿀을 채취한 뒤 이달 말부터 일찌감치 꿀 농사를 접고 휴면기에 들어갈 생각"이라며 "갈수록 위축되는 양봉업을 계속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마로면에서 15년째 양봉을 하고 있다는 심정균씨(61)는 "인근 한 농가는 500개 벌통에서 보통 30드럼을 채취했는데 올해는 겨우 3드럼만 채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양봉 비중을 줄이고 다른 농사를 늘려 영농비와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한 양봉농가들은 "이상기온 피해는 사실상 자연재해"라며 "당국은 양봉농가가 회생하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은군의회는 지난 3월 양봉산업 활성화와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자치법규를 제정했다.

이 조례안은 양봉 관련 시설·기자재와 산물·부산물 가공시설 설치, 꿀벌 신품종 육성 보급사업, 법인과 단체에 보조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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