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없는 아이' 막는다…의료기관 '출생통보제' 입법예고

/사진=뉴스1

법무부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보장을 위한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한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누락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물론 현행법상 절차가 까다로워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미혼부 자녀들의 등록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21일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정보를 의무적으로 국가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법은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신고로 출생이 등록된다. 때문에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고 취학연령이 되었음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방치되거나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출생통보제는 모든 아이들을 빠짐없이 등록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의 장은 7일 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산모의 성명과 출생자의 성별 등 출생정보를 송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당 출생정보를 다시 7일 이내 시읍면의 장에게 송부해야 한다.

시읍면의 장은 통보받은 출생정보로 누락된 아동을 발견한 경우 부모에게 7일 이내 출생신고할 것을 통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해당 시읍면의 장은 가정법원 확인을 받아 직권으로 아동의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법무부 측은 "출생통보제도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빠짐없이 출생등록돼 학대, 유기 및 방치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도 쉬워질 듯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아동의 출생을 통보하는 만큼 미혼부의 출생신고도 한층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생모가 해야 되기 때문에 생모가 출생신고에 비협조적이거나 아이를 낳고 연락이 두절된 경우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2015년 이른바 '사랑이법' 도입으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겼다. 미혼부도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정법원이 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생부가 생모의 이름이라도 아는 경우 출생신고를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하고 미혼부의 출생신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생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생모의 소재 불명이나 출생신고에 비협조적인 경우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