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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차별'이라고 정년 없앤 美·英...우리도 차별금지법 생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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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최우영 기자
  • 세종=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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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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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차별금지법의 세상, 유토피아일까 ①

[편집자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나이 또는 성별, 학력 등으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누구나 공감하는 고귀한 가치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차별금지법 입법이 우리 사회에 몰고올 변화를 짚어본다.
한 노인 구직자가 일자리를 위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 노인 구직자가 일자리를 위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의 관공서나 도서관에는 80대 어르신 직원이 흔하다. '정년'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정년을 정해놓고 그 나이가 되면 무조건 직장에서 내쫓는 건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미국에서 1986년 정년이 사라진 이유다. 영국도 비슷한 이유로 이미 정년을 없앴다.

우리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올라왔다. 우리도 미국·영국처럼 '정년 폐지'의 길을 걸을까. 당장은 아니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세대갈등이 불가피한 문제다.



10만명이 동의한 차별금지법…나이·성별·학력 못 따진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국민동의청원 요건인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된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나이, 학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고용·교육상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했다. 지난 16일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취지로 '평등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평등법의 경우 원안대로 제정된다면 이후 다른 법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법안은 "헌법상의 평등권과 관련한 법률을 제정·개정하는 경우나 관련 제도 및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핵심은 '고용상 차별금지'다. 채용이나 승진, 급여에 있어 나이와 성별, 학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들이 몰려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들이 몰려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들 입장에서 파급효과가 가장 큰 대목은 나이다. 당장은 법정 정년인 60세 미만인 직원에 대해 나이를 이유로 퇴직을 권고하기 어려워진다. 지금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상 연령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이 금지돼 있지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란 단서 때문에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법정 정년에 대해서도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사실상 정년 폐지 논의로 가는 수순이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입법은 법 제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해석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정년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인지 여부를 따지는 사회적 논의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채용 여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만약 정년이 없어진다면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가 뿌리내린 우리나라 고용 여건 속에서 정년 폐지는 급격한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이 정년 폐지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는 "고용 및 직업상 차별에 관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111호에도 연령과 관련한 차별금지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목욕탕 직원 뽑는 데 성별 구분 안 둘 수 있나"


지난 2월 22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 2월 22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학력에 따른 차별 금지 역시 뜨거운 감자다. '대졸 공채' '박사 학위 이상 소지자' 등의 공개채용 요건이 사라질 수 있다. 학력 역시 연령과 마찬가지로 업무 특성에 따른 차이로 볼지, 차별 요소로 볼지가 쟁점이다.

정병욱 변호사는 "고졸·대졸 여부에 상관 없이 고용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게 올바르다는 게 차별금지법"이라며 "연구직의 경우에도 박사 학위 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기업들이 능력있는 분들을 적절하게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민영 변호사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일 뿐 차이를 금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졸, 박사 학위나 특정 전공 등 업무 특성 때문에 채용 기준에 제한을 둘 경우엔 면책해야 한다"며 "목욕탕에서 일할 직원을 구하는데 성별에 따른 구분을 안 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기업의 자율적인 채용을 사법기관이 사후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편 공공기관들은 법 제정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 이후 대책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에 채용 실무부서에서 앞서나갈 수는 없다"며 "법 통과 이후 정부 지침이 나오면 이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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