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26일 만에 발가락 절단'…"해외 취업 선원 지원 제도 마련 시급"

해외선박에서 근로 중 발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이상국씨의 엑스레이사진(이상국씨제공) © 뉴스1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해외 선사 소속 한국인 선원 산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관리책임자들의 1심 공판이 지난 18일 열렸다.

그동안 선원들은 사고를 당해도 재취업을 염두해 책임자나 선주측과 합의를 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번 재판이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사고를 당한 해외 송출 선원 지원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이들의 안전과 노동권익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재판의 피해자인 이상국씨(31)는 2019년 2월 일본선사에 취업해 8만톤 규모의 대형선박에서 3등 기관사로 일하다 승선 26일 만에 발가락 10개를 모두 잃는 사고를 당한 뒤 현재까지 호주에서 홀로 입원치료 중이다.

피고인 관리책임자 3명(선장, 기관장, 1등 기관사)은 지난 4월16일 업무상과실치상과 사서명위조, 위조사서명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혼자 증거를 모은 뒤 한국에 있는 관리책임자들을 고소하고 우편으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는 등의 절차를 진행한 끝에 2년 3개월 만에 피고인들을 법정에 세웠다.

이씨는 22일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직후 보상과 책임자 처벌 등의 처리를 위해 한국에 법정 대리인을 세울 방법을 찾았지만,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6번의 대수술과 치료를 병행하는 힘든 상황에서 죽을 힘을 다해 법을 공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재판이 끝난 후에도 민사재판을 비롯해 처리해야 될 일들이 많지만 대부분 합의를 유도하기 때문에 믿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며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합의하고 끝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외 취업 선원은 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이상국씨 사고 현장 사진(이상국씨 제공) © 뉴스1

그러면서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사는 왜 없는 것이냐"며 "억울한 상황에 처한 국민이 사고 처리를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는 등 적극 나서달라"고 토로했다.

박준식 다은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 이상국씨는 민사, 형사 등 범위를 특정한 조력보다는 사고 발생시부터 사고 수습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손해배상 절차 전반에 대한 법률대리인의 조력을 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입법을 통한 제도가 완비되기 전에는 어렵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처럼 특수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고 처리 전 과정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보호하고 조력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해외취업선원의 안전과 노동권익 보호를 위해 이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들과 선사를 중계하는 선원관리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상익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법률재정팀장은 "해외 취업 선원의 경우 통상 외국 선주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국내 법원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렵고, 선주를 대리한 선원관리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선원이 외국선주를 상대하기에는 한계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외 취업 선원 보상과 관련해 선원관리사업자들이 먼저 보상하고, 선원관리사업자들이 외국선주들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박 팀장은 "한국선주상호보험(K P&I)처럼 선원관리사업자도 해외취업 선원의 재해보상을 위한 별도의 보험을 운영하고, 정부는 선원관리사업자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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