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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전쟁 백두산함 90대 두 용사, 그날의 증언…"살려고 싸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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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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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기·황상영 옹 6·25 때 백두산함 승조원으로 참전
"총에 맞아 사경 헤매던 전우 아직도 눈앞에 아른"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23일 한국전쟁 참전용사 황상영(왼쪽) 옹과 최도기 옹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2021.6.23 /© 뉴스1 백창훈 기자
23일 한국전쟁 참전용사 황상영(왼쪽) 옹과 최도기 옹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2021.6.23 /© 뉴스1 백창훈 기자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선배,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도 어느새 아흔이 넘었어요. 한국전쟁 때 이마이 고생했는데, 죽고 나면 사람들이 우리 노병을 어떻게 기억하려나…."

3년 먼저 해군에 입대한 최도기 옹(91)을 향해 황상영 옹(90)은 아직도 "선배"라고 칭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두 손을 꽉 쥔 채 서로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23일 <뉴스1>은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최 옹과 황 옹을 만나 전쟁 당시의 애환과 참상을 들었다.

최 옹과 황 옹은 8·15 광복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함 '백두산함'에 승선해 각각 신호사와 탄약수로 3년간의 한국전쟁에 참여했다. 백두산함은 부산으로 침투하려 한 북한 무장선을 침몰시킨 대한해협해전의 주역으로서, 낙동강 교두보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참전 당시 최 옹은 스무 살이었지만, 70여년이 지난 현재도 북한 함선을 처음 발견했을 때를 똑똑히 기억한다.

"백두산함에는 레이더나 컴퓨터가 없었어. 내가 발광신호를 보내고 해상에서 오는 함선을 향해 '어디서 왔느냐?, 국적이 어디냐'는 등의 교신을 보내도 답이 없는 거야. 그때 인민군이라고 확신했지"

최 옹은 담담하게 그날의 기억을 계속해서 읊어 나갔다.

"국방부에서 간첩선으로 파악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함포로 위협 사격을 하니 인민군 함선에서 억수같이 응사하는 거야. 실제 전투는 처음이라 가슴이 막 두근두근 뛰어. '빨갱이를 죽여야만 내가 살겠다' 하는 심정으로 싸웠지."

옆에서 듣던 황 옹도 해전 당시를 기억했다. 황 옹은 19살 해군으로 징병돼 3년간 수병으로 참전했다.

"훈련 때는 심부름 같은 거나 하고 실제 전투 때는 함포에 포탄을 장착하는 역할을 맡았어. 포탄이 나가면 귀가 먹먹했지. 옆으로 파편도 많이 날아오는데 정신이 없으니까 그 순간에는 뭐가 뭔지도 몰랐어."

두 사람은 해전 중 인민군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전우가 아직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한다. 이들이 참전한 대한해협전투에서는 전병익 이등병조와 김창학 삼등병조가 전사했다.

"피가 철철나면서 숨은 껄떡껄떡거렸지. 그 광경이 참 애처로웠어. 지금도 한 번씩 생각나. '나도 부상을 당했으면 저렇게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몸이 덜덜 떨렸어." 황 옹의 말이다.

"그때 백두산함에 63명의 승조원이 탑승했는데, 지금은 한 11명 정도 살아있어. 그중 4~5명이 병원 신세고, 우리처럼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6~7명밖에 안 돼." 최 옹이 말했다.

백산함은 인천상륙작전에도 투입돼 미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했다. 최 옹은 그때 본 맥아더 장군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군과 작전하면서 맥아더 장군을 몇 번 지나치듯 봤는데, 키가 크고 외모도 딱 장군감이야. 항상 파이프를 입에 물고 다녔지.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얼마나 우렁찬지… 모든 사람이 인천 인근에는 조류가 심하다고 작전을 반대했는데 혼자 고집을 부렸어. 결과적으로 작전은 성공했으니 아주 대단한 사람이야."

북한 신의주에서 태어난 최 옹은 광복 후 사회주의자들이 싫어 17살 때 월남해 해군에 입대했다.

"이북에서 소련놈들이 주민들을 약탈·강간하고 별짓 다 했어. 전리품 자랑한다고 왼쪽 팔뚝까지 시계를 주렁주렁 차고 다녔어.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싫던지. 월남한 해군에서는 군기가 어마어마했어. 일본식 군기가 아직 남아 있어서 매일 야구방망이로 맞았어. 얼마나 맞았으면 안 맞은 날에는 잠이 안 올 정도였지."

70년도 넘은 한국전쟁의 산증인인 두 사람은 주름진 얼굴을 만져가며 후배 해군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했다.

"1953년 휴전됐는데도 북한은 천안함 공격 등으로 끊임없이 우리 해군들을 괴롭혀.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 장병들이 너무 안타까워. 젊은층에 존경받고 싶은 마음은 없어. 다만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정신을 잃지 말고 항상 바다를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 지금처럼만.“

한편 두 노병이 탄 '백두산함'은 북한군 600여 명이 탑승한 수송선을 침몰시킨 대한해협해전 승리의 주역이다. 백두산함은 당시 돈이 없던 대한민국 초대정부가 전 국민 모금운동을 통해 기금 형태로 마련해 미국에서 들여온 중고 전투함으로 국가보훈처가 올해 6월 한국전쟁 영웅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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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10.17~1959.7.1까지 활동한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함 '백두산함'의 모습.(국가보훈처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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