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총시즌 "기후변화 대책 공개하라" 주주제안 잇따라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일본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강구하는 주주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은 3월 결산법인이 많아 6월이 정기주주총회 시즌이다.

기존 주주제안의 화두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나누라는 '주주환원' 이었다면 올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음료캔, 플라스틱 용기 등을 만드는 도요세이칸은 다음날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총에서는 홍콩의 오아시스 매니지먼트(이하 오아시스)의 주주제안이 쟁점이 되고 있다.

오아시스는 기후변화 공시와 지배구조 변화를 촉구하는 주주제안 5가지를 내걸었다. △기후관련재무정보공시협의체(TFCD)에 발맞춰 경영전략을 기재한 계획 발표 △경영 실적에 따라 이사와 임원에게 보상 지급 △지배구조 개선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이기 위해 9.9% 자사주 매입 △전관예우 시스템 폐지 등이다.

오아시스의 설립자이자 CIO(최고투자책임자)인 세스 H 피셔는 "주주제안으로 도요세이칸의 기업 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 평가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도요세이칸 이사회는 "이미 환경 분야에서 다양한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힌 상황이다.

오는 29일에는 미츠비시 UFJ 그룹의 주주총회가 열린다. NPO(비영리조직)인 '기후 네트워크'는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에 대해 지구 온난화 대책과 관련한 투자·융자 계획 공개를 정관으로 정하라고 주주제안했다.

기후 네크워크는 지난해 미즈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에도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다. 당시 주주제안은 부결됐지만 약 35%의 지지를 얻어 산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히라타 기미코 기후 네트워크 이사는 "금융기관은 책임 있는 대출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관 변경은 3분의 2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해 통과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는 다만 "주주제안만으로 이사회가 대책을 강구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며 이번 제안으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ESG 주주제안이 기관투자자들의 호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18일 스미토모상사 주주총회에서는 NGO(비정부단체)인 마켓포스가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사업 계획 수립하도록 정관 변경 바꾸"라고 주주제안을 내놓았지만 부결됐다. 이 제안의 찬성률은 20% 수준이었다.

대형 의결권 자문기관이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해외 연기금들이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칼퍼스, 캘리포니아 교직원 퇴직연금기금 칼스타즈,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청(NBIM) 등이 제안에 반대했다.

기쿠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 전략가는 "정관 변경은 경영의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어 다른 주주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관 변경 요구는 제안 통과보다는 회사와의 대화 도구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담당자는 "기후 변화 대책은 중요하지만, 정관으로 경영이 제약되면 사업의 선택이 좁아질 수 있다"며 "기업에게 금융기관과 같은 잣대를 대면 안되고, 기업 스스로가 노력해 가치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