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이행하고 권리 말해야"…'비폭력 신념' 입대거부 인정에 일부 '불만'

군인권센터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6.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이세현 기자 = 여호와의증인 교인은 아니지만 비폭력·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한 30대에게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한 소수도 존중하는 사회가 됐다는 환영의 뜻도 있지만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을 중심으로 권리를 누리려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모씨(3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씨는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정해진 날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정씨의 주장이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정씨는 대한성공회 교인으로 비폭력주의·반전주의 신념과 기독교 신앙을 병역거부 사유로 주장하고 있어 단순히 기독교 신앙만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와는 다르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전쟁없는세상, 군인권센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화가 이뤄졌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씨의 변호을 맡은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여호와의 증인 교인이 아니면 대체로 무죄가 아니어서 매우 좁은 문이 열렸고 갈길이 멀구나 생각했는데, 오늘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정받는 변화가 이뤄진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용석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이날 "정씨가 자신의 판결을 계기로 이후 재판을 받고 있는 병역거부자가 무죄를 선고받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지 않고 대체복무할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정씨의 입장을 전했다.

반면 복무를 마친 남성들을 중심으로 이번 판결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반응들이 주로 나왔다.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이모씨(29)는 "양심적 병역거부도 좋고 대체복무도 좋지만 현역으로 복무한 남성들은 양심이 없어서 대체복무를 못 한 건가"라며 "국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의무를 이행하고 나서 권리를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A씨는 "소수자의 인권을 지켜주려다 병역을 마친 다수자의 박탈감은 누가 보상해주냐"고 했고, 네티즌 B씨는 "국가와 군대가 있어 그 신념을 지킬 수 있는 건데, 자신의 신념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다면 차라리 다른 나라로 추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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