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시·도 다하는 인사청문…혼자 안 하겠다는 세종시장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이춘희 세종시장 © News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춘희 세종시장은 수년째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산하기관장 인사청문 제도 도입 요구를 신생 도시의 특수성과 한정된 인력풀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인사청문 제도가 없는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시 출범 초기 열악한 물적·인적 인프라가 이유였다면 9년째에 접어든 현 시점에는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의회 수년째 도입 요구…상병헌 의원 "낙하산 논란 끊이질 않아"

69회 세종시의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상병헌 시의원이 5분발언을 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제공) /2021.6.23/ © 뉴스1

23일 열린 69회 세종시의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상병헌 시의원은 5분발언을 신청해 "인사청문 제도 채택에 대한 시민사회의 충분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 의원은 "산하기관장이 새롭게 임명될 때마다 낙하산·보은·정실인사 등의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방만한 조직 운영과 부실 경영 등으로 지방재정 부담 및 기관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면서 시급한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시의회의 인사청문 도입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부터 이어진 줄기찬 제도 도입 요구에도 이 시장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번번이 반대해왔다. 설립 초기 산하기관의 안정과 열악한 인재풀이 명분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올해는 시 출범 9년째를 맞는 해다.

시 규모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산하기관만 지방공기업 2곳, 지방출자기관 3곳, 지방출연기관 4곳 등 모두 9곳으로 늘었다. 이들 기관의 연간 총 운영예산만 4300억원(지난 4월 기준)에 달한다.

이 시장이 주장하는 열악한 인재풀의 명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생 도시로서의 환경적 문제이든, 선출직 단체장 개인의 짧은 재임 기간을 이유로 들기에는 9년째를 맞는 시 출범과 연임 시장으로서 7년이라는 재임 기간이 현 상황과는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도 넘은 코드?낙하산인사…모 산하기관장은 채용 관련 부정청탁 수사까지

채용 게시판에 선 중년 남성들(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뉴스1DB) © News1

세종시 산하기관장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소위 코드?낙하산?정실인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관련분야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는 인사는 예삿일이 됐고, 모 산하기관장은 직원 채용과 관련한 부정청탁 의혹과 강요죄 등으로 수사를 받는 등 도덕성도 논란거리다.

시 산하 모 공공기관장인 A 씨는 정규직 채용에 응시한 기간제 직원에게 면접시험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혐의(강요죄)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 모 의원의 자녀가 같은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드러나 부정청탁 의혹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 집권여당 유력 인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A 씨는 2016년 이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후 총무과장을 거쳐 2018년 정년퇴직했다. 이후 2019년 초 3년 임기를 보장받고 해당 공공기관으로 가더니 불과 1년 만에 수장 자리를 꿰찼다.

가장 최근 이뤄진 농업회사법인 세종로컬푸드 대표이사(강성규 대표이사)와 세종시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장(박영송 원장) 인사도 논란거리다.

지난 3월 취임한 강성규 대표이사는 시 건설교통국장으로 재임하다 2019년 명예퇴직했다.

퇴직 뒤 세종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내정됐지만, 공직자 취업 제한 규정에 걸려 취업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강 대표 취업 소식은 올 초 전혀 뜻밖의 곳에서 전해졌다. 2015년 출범한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세종로컬푸드로, 시 출자·출연기관이다.

그는 대표이사 채용에 응모했고, 당시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됐다는데 전혀 관련 분야 이력도 없는 인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채용했는지 잡음이 터져 나왔다.

강 대표는 공직자 출신으로, 시 건설교통국 건설도시과장, 도시정책과장, 건설교통국장 등을 지낸 도시건설 관련 전문가다.

세종시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 박영송 원장 임명 때도 뒷말이 나왔다. 당시 박 원장과 같이 응모한 경쟁자 중 원장직에 요구되는 관련분야 전문가가 있었음에도 그가 임명된 데 대한 의혹의 시선이었다.

박 원장의 이력 역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가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 출신으로, 역시 여당 유력인사의 측근이라는 사실은 지역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의원 1~2명을 제외한 대다수가 인사청문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전향적으로 검토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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