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대학등록금..."비싸다" "부족하다" "반값하자"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학생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진 사립대 학생 2744명 등록금 반환 소송 재판변론기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등록금 반환 및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서명운동에 1만 6천명의 요구가 모였다며, 대학의 등록금 반환 결단과 교육부의 관리감독 의무 이행 및 등록금 반환에 대한 사법부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대학이 대면 수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등록금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 되는 모양새다. 부실 원격 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 소송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비용을 소모했다며 환불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펼쳤다.

정부는 지난해 등록금 반환 대신 장학금을 배부하는 지원 정책을 펼쳤으나 올해는 아예 '반값등록금'으로 관련 논란 일체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로 인한 반환 요구와 비싼 등록금 문제는 별개로 봐야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대학들 "코로나19 상황에서 등록금, 학생 위해 지출… 반환은 수용 불가"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 대면활동 단계적 확대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한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등록금 반환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대학은 오히려 온라인 수업 기반 마련이나 방역에 재정이 더 투여했기 때문에 등록금의 반환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미흡한 점이 있으나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해 노력했고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임대료 감소 등으로 수입은 줄었지만 인건비 지출은 그대로인데다 온라인 시스템 구축, 방역 등으로 추가 지출이 있었다는 것이다.

교육부 역시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추가 학생 지원책은 없다고 못박았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등록금은 대학과 학생이 협의해 풀어가는 것을 지난해부터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대학 측은 '특별 장학금' 형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간접 지원을 한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약 1000억원의 예산을 확보, 이를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지원에 편성했다.

대학의 대면 수업 확대 발표 자리에서 등록금 문제가 거론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전면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일부 대학생들이 반환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은 질 낮은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중심이 돼 구성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코로나19로 대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지난해 7월부터 전국 42개 대학과 정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사립대에는 학생 한 명당 100만원, 국·공립대에는 1인당 50만원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 반값등록금 카드 내걸었지만… "학습권 침해는 별개"대학이 언급한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비용 투자에 대한 부분을 학생, 학부모가 직접 확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이 지출내역을 스스로 밝혀야 알 수 있는 부분인데, 대학의 예·결산서를 보면 세부항목까지는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원격수업으로 인해 등록금 반환 요구가 나오는만큼 대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슨 회계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등록금 소송의 본질은 대면 수업 여부가 아닌, '비싼' 등록금 그 자체라고 보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손꼽을만한 고액의 등록금과 그에 비해 낮은 학습 만족도에 대한 불만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터져나온 것 뿐이라는 것이다.

대교연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10년 이상 동결했음에도 2017~2018년 세계 4위"라며 "1위, 2위인 미국과 호주의 경우 고등교육기관의 국공립 비율이 각각 63%, 92%임을 감안하면, 3위인 일본과 함께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반값등록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 부총리는 2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계해 본 결과 2조85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1년여를 남겨두고 이 같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학생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반값등록금 정책이 맞다면서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넘기겠다는 말과 같다"며 "이미 학생들은 3학기동안 원격수업 전환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데 교육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교육부가 대면 수업 확대의 이유로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습결손, 사회적 정서적 교류 축소를 언급한 것은 원격수업에 학습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교육부가 권고하고 대학당국이 실행한 원격수업이니 만큼 학습권 침해 소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등록금 반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