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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석면·녹물' 국공립어린이집 학부모들 "아이들이 제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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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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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감사 드러나도 구청은 뒷짐"
"원아 전체 건강진단검사 실시해야"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2층 복도와 보육실의 석면 천장(어린이집 업무보고서 캡처) © 뉴스1 손연우 기자
2층 복도와 보육실의 석면 천장(어린이집 업무보고서 캡처) © 뉴스1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 남구 소재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생들이 수년째 1급 발암물질인 석면과 녹물에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뉴스1 취재로 확인되자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학부모들이 격분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어린이집 1층 조리실에서는 온수에서 녹물이 나와 노즐필터를 끼운 채 사용 중이지만 효과는 크게 없는 상황이고, 2층에는 보육실 5곳과 복도 등 231.35㎡규모의 천장 전체가 석면으로 덮여 있다. 현재 남구 소재 국공립어린이집 중 석면 건물로 지정된 곳은 이곳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어린이집에는 현재 92명의 영유아가 입소 중이지만, 이같은 환경이 수년째 지속됐기 때문에 졸업생까지 포함하면 피해 원아는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그동안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원장 A씨는 5년 전 어린이집을 위탁받을 당시 전임 원장의 행정적 실수 등으로 평가인증이 취소, 3년간 기능보강비(건물개보수 비용)신청을 할 수 없었다가 이후인 지난해 기능보강공사비 구청에 신청을 했지만 지원받지 못했다. 구청은 기능보강공사비 지원 기관선정 권한이 보건복지부에 있고, 어린이집 운영이 어렵다고 무조건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25일 오후 6시 어린이집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태 파악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구청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회의에서 학부모들은 책임자 처벌과 대책마련을 비롯해 원아들에 대한 건강진단도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제물이냐, 소름 돋힌다", "아이들의 안전을 가지고 지금 뭐하는 것이냐", "미취학 아동에 대해 구청에서 이렇게 관심이 없나", "현재 석면 위험도가 낮다는게 구청측 말인데, 안전하다는 근거가 어디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전임)원장의 행정적 실수로 3년간 기능보강비 신청을 못하는게 말이 안된다. 어른의 실수때문에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 방치돼야 하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청관계자를 향해서는 "돈이 부족해서 공사를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구청이 예비비도 없냐"며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돈을 만들어 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녹물을 기름기가 있는 그릇 설거지에만 사용하고, 설거지 후에는 찬물로 씻어냈다고 주장하는데, 추운 겨울에 그걸 찬물로 다시 그릇을 행군다는게 이치에 맞는 말이냐, 물로 뭘했는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1층 조리실 온수에서 나온 녹물이 고여있다.2021.06.23© 뉴스1 손연우 기자
1층 조리실 온수에서 나온 녹물이 고여있다.2021.06.23© 뉴스1 손연우 기자

한 학부모는 "확인해보니 구청은 2015년부터 알았고 작년 행정사무감사에도 이 내용이 나왔는데, 이때까지 아이들이 방치되다가 뉴스1에서 기사 한번 나왔다고 이제와서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이 조치를 취하나, 그동안은 뭐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5년간 아이들 보냈다는 한 학부모는 구청관계자에게 "석면과 녹물에 노출된 아이들이 잠복기를 지나 나중에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아냐, 그 책임을 누가 질거나"며 "덮으려고 하지 말고 누가 책임을 질건지 말해 달라"고 호소했다.

건강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학부모도 있었다. 그는 "원생들에 대한 건강검사를 진행해서 폐나 호흡기가 안좋다고 나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며 "우리 아이가 건강한 아이였는데 매번 코피를 쏟고 있고, 호흡기 질환이 와서 계속 병원을 다니고 있다. 다른 아이들도 그런지 검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 환경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아이는 2달 전부터 탈모가 왔는데 유해물질 때문이라고 들어서 치료 중이다"고 말했다.

김은경 어린이집 운영위원장은 "구청은 5년간 여기 어린이집에 재정 지원을 왜 한번도 안했나. 소문에는 이유가 이곳 어린이집에 노조(교사)가 있는데 원장과 싸우고... 아무튼 우리는 그런거 모른다. 국공립어린이집인 만큼 구청은 어려운 기관에 지원을 강화해 더 좋게 만들어줘야 하는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더 이상 구청을 못믿겠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공사와 후속관리를 학부모 입회하에 진행할 것, 당장 월요일부터 공사가 진행될 때까지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다른 공간을 마련해 줄 것,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건강진단검사를 진행할 것 등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는데 입을 모았다.

구청관계자는 "기능보강비 지원와 관련해서는 모든 어린이집이 지원을 받지 않는다. 기관 선정은 중앙에서 하고 있다"며 "그동안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부분은 감정적인 행정이 아니라 절차대로 해온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녹물 공사는 26일 시작하고, 석면은 오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해체작업을 하겠다"며 "현재 아이들이 석면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석면공사가 진행될 때까지 아이들이 지낼 공간 마련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결정권이 없고, 원 운영은 원장과 상의해야하는 부분이다. 또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일정 시간과 절차가 요구되는 사안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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