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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돈이 사방으로 막 날아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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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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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돈다발
돈다발
#1. "여보, 마당에 묻어둔 돈가방을 개가 파내는 바람에 지폐가 사방으로 막 날아다녀."
"내일 아침에 치울게."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2017년)의 한 장면이다. 1980년대 마약 밀수업자와 애국자란 두 정체성 사이를 오갔던 실존인물 '배리 씰'의 이야기다.

남미 마약 카르텔로부터 밀려드는 돈다발을 주체하지 못한 씰은 창고에 마구간까지 지폐로 가득차자 마당에 가방째로 묻기 시작한다. 심지어 처남이 그 돈을 훔쳐 차를 사도 모르고 있었을 정도다. 그 와중에 마당을 날아다니는 100달러(약 11만원)짜리 지폐 몇 장이 대수였겠나.

두 손에 쌀을 가득 쥐고 있으면 쌀 한 톨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도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쌀 두 톨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그 중 한 톨을 치우면 어떨까. 차이는 같은 쌀 한 톨이지만, 그 차이를 느꼈느냐고 묻는다면 상반된 답이 나온다. 차이의 비율이 달라서다.

사람이 감각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절대적 양이 아니라 차이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이른바 '베버의 법칙'이다. 19세기의 독일의 생리학자 E.H.베버가 발견한 법칙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독일의 물리학자 G.T.페히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런 차이, 즉 자극이 커질 때 그걸 느끼는 감각의 양은 얼마나 커질까. 페히너의 가설은 감각의 세기는 자극의 로그에 비례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자극이 10배 커질 때 감각의 세기는 2배만 커진다는 얘기다.

평소 용돈을 1만원씩 받던 아이를 생각해보자. 갑자기 10만원을 받았을 때 행복감이 과연 평소의 10배일까. 자극이 커질 때 감흥은 그것보다 훨씬 덜 늘어난다는 게 페히너 주장의 요지다.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이 두 가지를 합쳐 '베버-페히너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2. 정부가 국민들에게 또 한번 돈을 나눠준다. 1인당 25만~30만원이라고 한다. 문제는 지급 범위다. 전 국민에 주자는 여당과 소득하위 70% 가구까지만 주자는 정부가 맞섰다. 힘겨루기 끝에 소득하위 80%까지 주는 걸로 정리됐다.

이마저도 확정된 게 아니다. 여당은 여전히 전 국민 지급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완전히 픽스(고정)된 게 아니고 변화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사실 중요한 건 70%니 80%니 하는 비율이 아니었다. 보편지원이냐, 선별지원이냐가 핵심이었다. 가치와 철학이 걸린 사안이다.

연내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통화·재정 정책조합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돈줄을 죄는데, 정부는 돈줄을 푸는 게 말이 되나. 이게 말이 되려면 정부가 푸는 돈이 취약계층 또는 피해계층에 집중돼야 한다. 그래야 한은은 물가와 가계빚을 잡기 위해 돈줄을 죄지만, 정부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돈을 푼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재정정책으론 경기에 군불을 때고, 통화정책으론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럴 바엔 애초에 금리도 안 올리고, 재정도 안 푸는 게 세금으로 쌓은 나랏돈 아끼는 길 아닌가.

만약 여당의 요구대로 연봉 1억원이 넘는 가구에 나라가 몇십 만원을 쥐어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베버-페히너의 법칙이 맞다면 적어도 기뻐서 소고기 파티를 벌이는 일은 없을 거다.

이들은 공돈이 생긴 만큼 어디에 돈을 더 쓸까. 경제학에 따르면 소득이 늘 때 수요가 늘어나는 정도, 즉 수요의 소득탄력성이 가장 큰 품목을 살 가능성이 높다. 바로 '사치재'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가방이나 신발 등 명품을 살 공산이 크다. 실제로 근래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부자들이 명품 소비를 늘리는 게 우리 자영업자들의 형편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이게 정부가 수조원의 나랏돈을 털어 부자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면서 기대하는 효과인가. 궁금하다. 보편지원은 과연 누굴 위한 정책일까.

"여보, 돈이 사방으로 막 날아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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