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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 신화'가 있기까지 16번의 실패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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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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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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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피플]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대표, 초기창업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덕목 강연

[편집자주] 미래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조력자와 투자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들의 안목과 통찰은 경제·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창이 될 것입니다.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대표/사진=스파크랩, KIST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대표/사진=스파크랩, KIST
"카이스트 졸업하고, 삼성전자도 나오시고…그런데 이후 3년간 무엇을 했다는 내용이 없네요."

고개를 갸웃한 투자심사역이 이력서 앞뒷장을 번갈아 보며 이렇게 묻는다. 주눅 든 스타트업 창업주는 발음을 뭉개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인다. 곁에 있던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대표가 대번에 알아보고 되묻는다. "실패하셨나요?".

지난 7일 홍릉 강소특구 창업학교(GRaND-K) 강연자로 나선 김 대표는 강단에 올라 '초기 창업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에 대해 얘기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사례가 종종 있다. 실패한 전적이 투자를 받는 데 혹여라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노파심에서다.

김 대표는 "우리와 실리콘밸리의 차이점이 바로 이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스타트업 창업주는 듣도 보도 못한, 아니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회사 이름을 이력서에 쓰곤 자랑스러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실패를 죄악시하는 문화 때문인지 그것을 가리려고만 든다"면서 실패한 경험은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스펙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크래프톤의 펍지 스튜디오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도 16번째 게임까지 말아먹고 17번째 게임으로 성공한 것"이라며 "게임회사에서 대박 게임 하나를 내기 위해 평균적으로 6개 게임을 말아먹는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앞서 넥슨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넥스노바(Nexonova)의 대표로 활동했다. 이후 CCTV 솔루션 개발사 이노티브 CEO(최고경영자), 시스코에서 투자한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회사 엔쓰리엔(N3N) 공동창업자를 역임했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학 교수·총장 출신이다. 본인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의공학과 90학번으로 외화 전성시대에 '600만 달러의 사나이', '소머즈' 등을 보며 과학자를 꿈꿔왔다. 그는 "저도 자라서 교수가 될 줄 알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본격 강연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먼저 "젊은 시절 창업을 반지하사무실에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옛날엔 투자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우선주와 보통주가 뭔지 제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무실이 공짜고, 팁스(TIPS)·엔젤매칭펀드 줄 테니 나가서 창업하라고 하는데 이건 정말 창업을 안 하면 나만 도태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도와 주려고 나서는 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가 꼽은 '내 인생 명대사'는 1993년 농구를 주제로 한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던진 '왼손은 거들 뿐'이다. 그는 이를 창업시장에 빗대어 "기술은 거들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하우스(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에선 어떤 기술이 있나라고 묻지만,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며 "스타트업은 우리 사회·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지 기술을 개발하려고 생겨난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이어 '누구를 위한 문제인가'도 고심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대상이 불명확해지는 폐단을 밟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넥슨에서 있었던 옛 일화를 소개했다. "후배가 2년간 밤낮을 설치며 만든 게임을 들고 와 해보라고 했는데 재미가 없었죠. 고생한 거 뻔히 아는데 그렇게 말하긴 어려워서 예의상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환호성을 치면서 좋아하는 거예요. '형이 좋아하면 안 돼, 형을 위해 만든 게 아니니까'라면서요. 그 게임이 바로 어린이들이 껌뻑 넘어가는 '메이플스토리'입니다."

무릇 다른 투자사들과 마찬가지로 김 대표도 최종으로 던지는 질문은 매한가지다. '진짜 하고 싶나'다. "게임회사들은 아직도 우스게 소리로 '라면 정신'이 있나 물어봐요. 넥슨 초창기엔 월급 엄청 적게 줬죠. 그래도 게임만 만들 수 있다면 라면만 먹어도 좋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 '라면 정신'이 이제막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창업자에게도 있는지, 그게 제 마지막 퀘스천입니다."

끝으로 김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준비할때)'원샷원킬'의 저격수를 꿈꾸지만 저희로부터 투자를 받은 대부분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하소연한다"며 그럴 땐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위로해 준다고 했다. "쉬우면 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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