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탄소중립"…美·中 모두 석탄 더 태웠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수년간 줄어들던 세계 주요 국가들의 석탄 사용량이 올해 다시 증가세다. 팬데믹으로부터의 경기 회복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자 '더 저렴한' 석탄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저감 목표를 강화하는 중 발생한 추세라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진=블룸버그

미국, 독일, 중국 등 올해 석탄 발전 늘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수년간 많은 국가가 석탄 사용을 줄였으나 올해 들어 미국,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석탄 사용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물론 투자자, 환경단체들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발생한 추세다. 최근 석탄 가격이 수년 고점으로 뛴 이유이기도 하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매킨지에 따르면 미국 전력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23%로 전년동기 17%에서 확대됐다. 봉쇄 완화로 경제활동이 재개돼 전력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지자 더 저렴한 석탄 수요가 증가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석탄 소비가 올해 최대 10% 더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컨설팅사 에너지에스팩츠에 따르면 독일·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올해 석탄 사용이 늘었다. 202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영국에서도 최근 몇 주간 석탄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배경은 미국과 유사하다. 경기회복에 평년보다 추운 겨울 날씨까지 더해지며 전력수요가 늘어 천연가스 가격이 뛰었고, 가스 가격이 오르자 이 대체재로 석탄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중국도 석탄 사용을 늘렸다. 올해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전력 부족을 겪으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이상 고온과 늦은 강우에 수력 발전 시설도 제대로 가동하기가 어려워졌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따르면 올해 첫 다섯 달간 중국에서 석탄발전에 따른 전력은 전년 동기보다 16% 늘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올해 석탄 수요 급증이 팬데믹에 따른 특수한 추세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전력 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메이저 광산업체들은 석탄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석탄 관련 자산을 계속 내다팔고 있다. 미국의 양대 석탄 생산업체 중 한 곳인 아크리소시스도 지난 4월 공시에서 "경제성장 가속화에 의한 발전용 석탄 수요 개선이 일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및 글로벌 발전용 석탄 시장에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했다.

각국 야심찬 목표 내놨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최근의 추세가 실제로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대응을 글로벌 의제로 부각시키며 탄소 저감 목표를 과감하게 상향조정하고 중국도 지난해 9월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나 실제 이행은 쉽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에너지 컨설팅사 와트-로직을 설립한 캐드리 포터는 "(전력) 공급을 지키기 위해 석탄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불은 계속 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각 정부들이 전기를 공급하지 않거나 석탄을 이용하는 것 중 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석탄을 택할 것"이라 덧붙였다.

특히 태양광·풍력 발전의 경우 날씨나 시간대 등의 제한을 받는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의 개발도 필요하다. 배터리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늘 이용할 수 있게 저장하거나, 많은 전기차를 한 번에 충전하는 방식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런 기술은 아직 완전히 상용화하긴 어려운 단계다.

일각에선 자동차처럼 이전에 전기로 움직이지 않았던 부문이 전기 사용으로 전환하면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현재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은 노르웨이의 경우, 전기차가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년 내 현재의 두 배 더 높은 2%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각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이어진다. 스페인 전력기업 이베르드롤라의 조나단 콜 풍력 부문 대표는 "석탄 발전 증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모든 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강화한다"며 "전기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경제의 더 많은 분야가 전기로 움직이게 될 텐데 석탄이 앞으로도 이 전력 사용의 일부가 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