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모멘텀 약화 vs 조기긴축 완화…"코스피 당분간 박스권"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코스피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우려로 급락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4.73p(1.07%) 내린 3217.95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5.55p(0.54%) 하락한 1028.93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4.1원 오른 1149.1원으로 마감했다. 2021.7.9/뉴스1

지난주 국내 증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큰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 6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코스피는 이후 사흘 연속 하락했다. 9일에는 장중 2%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높아진 변동성 속에 국내 증시는 좁은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모멘텀 약화와 조기 긴축 리스크 완화 사이에 줄타기를 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7월 5~9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대비 63.83포인트(1.94%) 떨어진 3217.95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3305.21포인트)를 기록한 6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최고점 대비 2.64% 떨어지면 3200포인트선을 간신히 지켰다.

변동성을 키운 건 급격하게 늘어난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 수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일 1212명을 넘어서며 1000명대를 넘어섰다. 지난 1월 이후 6개월만이다. 8일 1275명, 9일 1316명, 10일 1378명을 기록하며 연일 역대 최대 신규 확진자 수를 경신하고 있다.

여름철 나들이 활동이 확산을 키웠다. 특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2030대 확진 비중이 커졌다. 여기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주요 변이 바이러스의 검출률은 최근 1주일(6월 27일~7월 3일) 사이 30.5%에서 39.%로 뛰며 급증하는 추세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한 경기 모멘텀 악화 우려, 또 하나는 조기 긴축 리스크 완화 기대다. 우려와 기대가 섞이면서 국내 증시는 한동안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박스권 장세를 보일 가능성 높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인한 경기 모멘텀 약화, 실적 기저효과 소멸 등 증시 상단을 제한하는 요소들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풍부한 유동, 통화쟁책의 조기 정상화 리스크 완화 등 증시 하단을 뒷받침하는 요소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이나 고용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적인 긴축으로 선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공개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재확인 했듯이 아직 글로벌 중앙은행은 테이퍼링을 개시할 만한 경제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안 연구원은 "이번주에도 증시 상단을 가로막는 요인과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 상쇄되는 흐름을 보여줄 것"이라며 "당분간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70조원 가까이 쌓인 고객 예탁금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개인들은 7월 들어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 등 대형주 위주로 담아왔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는 오히려 최근 집중적으로 조정을 받은 경기 민감주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역발상적으로 생각해보면 지난 두 달 동안 부진했던 가치주와 경기 민감 스타일에 기회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주춤해지면 그동안 잠잠했던 장기금리가 빠르게 튀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 중심의 장세가 가치주와 경기 민감주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한편 다음주 눈 여겨봐야할 경제지표와 일정이 예정돼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6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의 주요 지표인 만큼 눈 여겨봐야 한다.

15일에는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하원 보고가 기다리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인상을 연내 어느 시점부터 시작할지 발언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