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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10만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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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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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4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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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10만전자'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 중에 '주가는 실적에 선행한다'는 말이 있다. 시장이 실제 그렇게 움직인다. 요즘에도 목격할 수 있는 생생한 사례가 삼성전자다.

지난 7일 쓴 삼성전자 실적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2분기 영업이익이 반도체 초호황기 이후 11분기만에 가장 높다는데 주가가 왜 이 모양이냐."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0.5% 떨어졌고 이틀 더 하락하면서 7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댓글 위로 누군가 단 또다른 댓글이 이유를 잘 꼬집었다. "2분기 실적이 잘 나와서 지금 주가인 거지. 작년 여름보다 50% 올랐잖아."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지적이다. 맞다. 주가는 실적에 선행한다. 호실적의 상당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올해 실적 전망을 두고 연초 한때 '10만전자'(10만원과 삼성전자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던 배경이다.

좀더 깊게 요새 삼성전자 주가가 맥을 못추는 이유를 살피면 내년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D램인 DDR5램의 본격적인 판매시점을 실적 불안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DDR5램은 현재 서버용 D램의 주력인 DDR4램보다 성능과 전력효율이 개선된 제품이다. 문제는 DDR5램과 함께 사용할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 출시가 내년 3월로 미뤄지면서 시장 큰 손인 클라우드업체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구형 제품 수요가 줄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상반기 실적이 예상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만난 업계 인사는 좀더 큰 틀에서 또다른 이유를 지목했다. 이 인사는 "주가가 실적에 선행한다는 격언을 넓은 시각에서 보면 올 들어 제자리걸음을 하는 주가에서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이 어른거린다"고 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10만전자'

'또 위기론이냐'는 비아냥에 쉬쉬하지만 올 들어 '기술의 삼성'에 불거진 균열 조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삼성 특유의 초격차를 독려하기 위해 내부에서 먼저 위기론을 꺼내들던 과거 사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이렌이 외부에서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업계 2위 SK하이닉스, 3위 마이크론(미국)의 기술 추월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을 활용한 10나노급 4세대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기술 완성도나 수익성 등 더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과거보다 기술 격차가 현저하게 좁혀졌다는 데 전문가들도 수긍한다.

삼성전자가 '기술 추월 사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동안 업계 1위 기술력이 실적을 떠받치는 강력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초격차 기술력이 D램 40%대, 낸드플래시 30%대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이어졌고 삼성전자는 이런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급 균형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챙겼다.

실제로 기술 격차가 줄면서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옴디아 집계)은 2016년 46.6%에서 지난해 41.7%로,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36.1%에서 33.9%로 하락했다.

"지금 씨를 뿌려야 5~10년 뒤 먹고 사는데 3~4년 전부터 씨를 뿌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급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 또다른 임원은 "삼성의 전성기가 지금일까 봐 두렵다"고 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만한 글로벌 기업이 전략적 투자 타이밍을 몇번 놓친다고 해서 망하겠냐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 반도체의 몰락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목격한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9년 연속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D램 슈퍼호황' 같은 수사에 취할 때가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정과 정의, 법 앞의 평등을 100% 이해한다. 하지만 이 순간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 않은지 불안한 느낌도 완전히 털어내긴 힘들다. 다시 한번 쓰면 주가는 실적에 선행한다. 그리고 그 실적이 언제나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곱씹어볼 일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10만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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