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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 베이조스의 우주여행, 트레커 꿈 이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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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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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가 블루오리진 '뉴셰펴드' 로켓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루오리진.
제프 베이조스가 블루오리진 '뉴셰펴드' 로켓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루오리진.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트레커(Trekker; '스타트렉'에 열광하는 팬을 지칭하는 용어) 다. 우주함선 엔터프라이즈호와 승무원들의 모험을 그린 '스타트렉' 시리즈를 유년 시절부터 TV 드라마로, 또 극장영화로 보면서 우주 사업가로의 꿈을 키웠다. 1982년 고등학교 졸업식 때의 일이다. 1982년 수석 졸업생 연설을 맡게 된 베이조스는 "인구 과잉과 공해의 유일한 해결책은 인류 문명을 우주로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해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스타트렉'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마존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amazon com) 이전 그가 웹사이트명 유력 후보로 검토했던 'makeitso com'은 영화 속 캐릭터 장 뤽 피카드 함장의 마스코트 대사(Make it so!)다. 아마존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도 스타 트렉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에서처럼 어떤 질문에도 답변을 해주는 개인비서 컴퓨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6년 '스타트렉 비욘드'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우주 사업의 꿈을 직접 실현하기 위해 2000년 사비를 들여 민간 우주개발사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블루오리진 로비엔 그의 애장품인 엔터프라이즈호 모형이 진열돼 있다.

 '뉴셰퍼드' 우주선과 로켓/사진제공=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선과 로켓/사진제공=블루오리진.
# '트레커' 베이조스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그가 만든 우주회사의 로켓과 우주선을 타고 20일 우주여행을 떠난다. 그가 탈 우주선은 엔터프라이즈호 같은 거대 우주선이 아닌 6인승 우주캡슐에 불과하다. 여행시간도 고작 11분이다. 지나칠 정도로 짧은 베이조스의 우주여행은 그러나 인류 역사상 거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그는 로켓 여객기(유니티)를 타고 지상 88.5㎞ 우주체험을 다녀온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과 함께 민간 우주여행 시대의 화려한 막을 연 개척자로 기록된다. 국제항공연맹(FAI)이 '진짜 우주'의 시작점으로 규정한 카르만 라인(고도 100㎞ 상공)을 넘어서는 건 베이조스가 처음이다.

베이조스를 태울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우주여행의 원리는 이렇다. 지상 발사대에서 로켓을 카르만 라인까지 수직으로 쏘아 올린다. 이후 로켓에서 분리된 우주캡슐이 우주 공간을 잠시 활공하다 지구로 낙하한다. 블루오리진이 목표 지점으로 제시한 카르만 라인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다. 푸르고 둥근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중력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캡슐이 나홀로 유영하는 수분간 승객들은 캡슐 창문 너머로 지구를 감상하거나 무중력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번 베이조스의 우주여행은 필자에게도 각별하다. 3년 전 미국 현지 우주과학 취재차 블루오리진 시애틀 본사를 방문해 운 좋게도 '뉴셰퍼드' 우주캡슐 내부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내부설계는 그때와 동일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론 많이 업그레이드 됐을 것이다.) 최대 6명이 캡슐 가장자리로 빙 둘러 앉게 돼 있는 구조인데 의자를 제처 180도로 누울 수도 있다. 또 몸무게 3.5배 중력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주에서 지상 낙하 시 3개의 대형 낙하산이 동시에 펴지는데, 지면 착지 충격을 줄이기 위해 착륙 수초 전 역추진 엔진이 가동된다. 취재 당시 블루오리진은 이듬해인 2019년 우주여행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체됐다. 안전성 확보에 보다 치밀한 검증이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블루오리진은 올해 4월까지 총 15번째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53회의 비상탈출 테스트도 진행했다.


#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지구상공 400km 거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껏 100㎞ 안팎 지점, 그것도 잠깐 체험하는 수준을 과연 '우주여행'으로 볼 수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고작 10분도 안되는 무중력 체험을 위해 수억~수백억원을 지불할 수 있는 부자들만의 럭셔리 이벤트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내재 가치를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비판에 불과하다. 브랜슨 회장이 다녀온 버진갤럭틱 우주여행(스페이스 십투)의 경우, 이미 600여명이 보증금을 내고 25만 달러(약2억8000만원)에 탑승 예약을 했다. 저스틴 비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도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블루오리진 우주여행 상품(뉴셰퍼드) 대기자도 이미 수백명을 넘겼다. 억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우주공간에 발을 딛고 싶은 인류의 욕망은 그만큼 강렬하다.

이 여행엔 과거처럼 우주비행사에 요구됐던 엄격한 선발(체력) 기준도, 수년 혹은 최소 수개월간의 고강도 특수훈련도 필요 없다. 일정 체력만 보장된다면 일반인 누구나 '우주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거 국가기관이나 극소수 우주인의 전유물이던 우주 공간을 일반인들에게 전면 개방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지금은 카르만 라인을 다녀오는 수준에서 출발하지만, 지구 한바퀴를 돌거나 ISS, 달까지 경유하는 우주여행 상품 출시도 시간 문제다. 이번 여행 서비스를 계기로 우주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투자도 눈덩이처럼 커질 테니까. 실제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자사의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이용해 고도 수백㎞ 저궤도 경로를 따라 90분에 한번씩 지구를 돌며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는 우주여행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타게 될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캡슐 내부. 가장자리를 따라 승무원 좌석이 있고, 가운데 원형기기는 비상탈출시스템이다.  /사진제공=블루오리진.
제프 베이조스가 타게 될 블루오리진 뉴셰퍼드 우주캡슐 내부. 가장자리를 따라 승무원 좌석이 있고, 가운데 원형기기는 비상탈출시스템이다. /사진제공=블루오리진.

이들 우주여행 서비스는 베이조스나 브랜슨,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력, 끈기가 뒷받침됐기에 나올 수 있었다. 브랜슨 회장은 우주를 다녀온 직후 "여기까지 오는데 17년 걸렸다"며 "우리 모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우주를 만들고자 여기에 있다"고 감격해 했다. 베이조스도 "우주여행을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안정의 문명에 갇힐 것"이라며 "우주여행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여행을 앞두고 이달 초 27년간 몸담았던 아마존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후임자에게 물려줬다. 앞으로 우주사업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그가 우주여행 사업에 사활을 거는 진짜 이유는 일런 머스크와의 스페이스X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재사용 로켓 시장의 주도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반 로켓과 달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로켓은 우주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이다. 로켓은 한번 쏘아 올리는데 약 10억 달러(1조1000억원) 이상 드는데, 발사체를 다시 쓸 수 있다면 발사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우주 발사 비용이 줄어들면 위성·우주인터넷 등 전지구 서비스는 물론 우주탐사·행성 광물 채취 등 다양한 우주 사업들이 생겨난다. 새로운 우주(New Space)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우주여행 사업은 단기적으로 재사용 로켓 수요를 끌어올리는 더 없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오는 10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영화'·'대중화'로 요약되는우주산업 재편기에 국내 기업들도 적기 합류할 수 있는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우주는 더 이상 먼 미래 시장이 아니다.


블루오리진이 뉴셰퍼드 로켓을 시험발사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블루오리진.
블루오리진이 뉴셰퍼드 로켓을 시험발사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블루오리진.
뉴 셰퍼드 로켓이 발사된 뒤 회수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블루오리진.
뉴 셰퍼드 로켓이 발사된 뒤 회수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블루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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