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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못다 이룬 꿈'…꼭 읽어야 할 사람들[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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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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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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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정두언 외 21인 지음/ 소종섭 엮음/ 블루이북스미디어/ 1만7000원
정두언 외 21인 지음/ 소종섭 엮음/ 블루이북스미디어/ 1만7000원
'정두언, 못 다 이룬 꿈'

망월동, 분토마을, 대나무밭, 마을 앞 개울, 할머니 박연수, 신촌당구장 한켠의 상하방...
내 삶에서도 익숙한 그 풍경과 이야기를 '유고'로 접한다.*
제목처럼, 이 책이 담고 있는 건 '정두언이 못 다 이룬 꿈'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정두언이라는 사람 자체가 우리 사회가 품지 못한 꿈이라고 느껴진다. 16일은 고 정두언 의원의 2주기이다.

꿈과 사랑.
그 많기도 했던 꿈을 이야기할 때면 어린 아이같은 미소를 온 얼굴에 띄우며 신나 하곤 했던 사람이다.
그런가하면 추상적 집단으로서의 사람이건, 특정한 대상이건, 사랑 앞에선 한없이 연약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도록 침대 머리맡에서 실연의 아픔을 못견뎌하며 끄억끄억 닭똥 같은 눈물을 쏟던 청년 정두언이 내 기억속에 가장 뚜렷이 남아 있는 모습이다.

개천에서 흙수저 물고 태어나 태어나 경기고-서울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국무총리실 국장, 서울시 정무부시장,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로 용이 돼 승천하는데 성공했다.
대학시절, 운동권 종가 중의 하나인 '대학문화연구회(대문)'에 몸을 담기는 했지만 스스로 고백처럼 "운동권으로 빠지기에는 놀기에 너무 바빴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용기도 없었던 그저 그런 학생"이었기에 보통의 우리들처럼, 주변의 회색인처럼 우리사회의 기득권으로 편입됐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가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음을 알고, 스스로 진 빚의 무게를 계량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극악무도했던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대신 나는 그 시간을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했고, 수많은 희생의 대가로 얻은 민주화된 사회의 혜택을 지금 거저누리고 있는게 아닌가.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치를 하게 되면서도 그 마음의 부채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정두언, 못 다 이룬 꿈 44p"

총리실 과장 시절쯤, 정부청사 근처 삼백집에서 '정부청사에 독재타도 플래카드를 내걸 수 있을까. 무게가 상당할텐데 그걸 어떻게 안 들키고 짊어지고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공상을 모주 몇 잔 기운을 빌어 10년 후배인 동생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이 헛된 주정만은 아니었음은 시간이 가며 알게 됐다. '천부경' '삼일신고' 같은 (내가 보기엔 엉뚱한) 책을 통해서라도 마음의 부채로부터 위안받으려 했던 것도 그때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3선의 새누리당 의원시절,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찾아 갔을 때 그는 "여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만큼 열심히 하면 정말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나만큼 민주노동당 정책을 열심히 쳐다보는 국회의원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빈 말이 아니었다. 그는 세상을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거라면 보수-진보의 정책을 가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의 '비주류 개혁파' 정치역정으로 그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처럼 우리 생활을 바꾼 깨알같은 실용정책들을 내놓은 경세가였다.

외국어 잘하는 학생 뽑으라고 독점선발권을 준 외고가 전과목 성적우수자를 뽑고 명문대 진학률 1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 탈법 특혜라며 외고 폐지 법안을 내놓았던 사람이 정두언이다. 외고 입시제도 개선 수준에서 머물고 말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수언론과의 치열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11년에 이미 양극화와 고령화로 크게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수 확대 밖에 길이 없다며 추가감세 철회를 담은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보수 여당 내에서 이를 관철시킨 반란의 주역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폭발력을 10년전에 제기한 것도 당시 '박근혜후보 검증' 책임자였던 정두언이었다. 박근혜 정부때인 2015년 여당 국방위원장이었던 그는 "군정은 종식됐어도 왕정은 종식되지 않았다"며 박근혜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명찰만 보수고 머릿속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저서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 등에서 볼수 있듯 그는 비탈에 선 보수가 제대로 서기를 바랬다. 보수 경제학자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경제사 책을 '꼭 읽어보라'며 그가 보기에 삐딱한 동생에게 건네 줄 정도로 그는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보수'에 앞서는 그의 철학과 이념은 '상식'과 '실용'이었다.
상식과 실용이 통하는 보수는 혁신할 수 있고, 보수의 혁신은 보수적 가치의 외연 확대를 의미한다. 그래서 그가 주장한 중도개혁과 보수혁신의 핵심은 변화와 확대이다. 이준석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 야권 대권후보들, 혹은 보수엘리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두언 유고를 읽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급 이상 공직자는 절반으로 줄이고 대국민 공공서비스 증진에 필요한 소방직 경찰직 교도직 등 하위직급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없애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략-
사회 엘리트 출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얼마나 똑똑한가. 그들의 논리는 정연하고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문제점들이라는 게 주로 변화와 개혁안을 시행할 경우 잃게 되는 것들을 말한다. 기득권자는 소위주류 다수파는 매사에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크게 생각한다"

'두언 형' 은 죽어서도, 이루지 못한 꿈을 남겨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고 정두언은 나의 고종사촌 형이다. 개인적 경험과 주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글이지만, 실제보다 더 담담하게 쓸 수 밖에 없는 뒤늦은 고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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