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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철강기업 매년 수조원 뜯길 판…EU '탄소국경세'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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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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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천사의 탈을 쓴 무역장벽 '탄소국경세' (上)

[편집자주] EU(유럽연합) 탄소국경세가 베일을 벗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무역장벽의 빌미로 쓰일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탄소국경세 도입이 우리나라 기업에 미칠 충격과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EU 탄소국경세에 韓철강 초비상...5년 뒤부터 매해 수조원 뜯긴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 /AP=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 /AP=뉴시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EU 집행위원회가 14일(현시지간) 탈탄소 정책 '유럽그린딜'의 핵심 12개 법안 패키지를 담은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한국 재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203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인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특히 피트 포 55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멘트와 전기, 비료, 철강, 알류미늄에 적용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초안이다.

이에 따르면 2026년부터 EU로 수출되는 철강, 시멘트, 화학비료, 알루미늄 등에 탄소국경세가 붙는다.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일종의 '관세'를 물리는 제도는 사상 처음이다. EU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해봐야 한국이나 중국, 인도 등 규제가 느슨한 다른 나라에서 저가의 제품을 수입해서 팔거나 유럽 제조기업이 역외로 이전하면 그만인 상황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철분말 제조 현장.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광양제철소 철분말 제조 현장.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현대제철 부담만 매년 3조7000억원"

EU는 탄소국경세를 2023년부터 3년간 과도기를 거친 뒤 2026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탄소국경세는 EU 배출권거래제(ETS)에서 거래되는 탄소 가격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현재 EU TES에서 거래되는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은 1톤당 약 52유로(약 7만원)다. EU는 2030년 탄소국경세 수입이 91억유로(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5년 뒤부터 EU에 해당 품목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생산시설 내에서 발생한 직접배출만 해당한다. 원산지에서 탄소가격을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CBAM 인증서 수량을 감면받을 수 있다. CBAM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 시장가격과 연동된다. CBAM 당국은 매주 경매된 EU 배출권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세는 2023년 1월1일부터 전환기간인 2025년 12월31일까지는 보고의무만 부여되고 재정조치는 실시되지 않는다. 앞으로 3년간은 기업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후에는 EU가 정한 기준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경우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韓철강기업 매년 수조원 뜯길 판…EU '탄소국경세' 실현될까

한국의 경우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로 수출한 철강제품은 15억2300만달러(1조7000억원) 수준이다. 물량기준으로는 221만3680톤이다. 알루미늄은 1억8600만달러(2100억원)이다. 비료와 시멘트의 경우 수출액이 미미하고 전기 수출은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간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한국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탄소국경세도입에 따라 한국은 연간 10억6100만달러(약 1조22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1톤당 30유로의 배출권 비용을 전 분야에 적용할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이는 약 1.9%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철강 분야에서만 수조원의 탄소국경세를 부담해야 할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국내 탄소국경세 도입 시 온실가스 배출량 1위 {포스코}와 2위 현대제철 (53,200원 상승900 -1.7%)의 탄소국경세 합계가 3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하지만 최근 EU 배출권 가격이 5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음에 비춰보면 국내 산업계의 부담은 이러한 전망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2021.5.29/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2021.5.29/뉴스1

◇재계 "탄소국경 적용 제외되도록 노력해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WTO(세계무역기구) 규범에 합치하게 설계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EU 측에 전달해 왔다. 탄소국경세가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선 정부는 EU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를 CBAM과 동등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는 직접배출과 간접배출 모두를 포괄한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것 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사용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온실가스 배출로 보고 배출권을 사도록 한 제도다. 문제는 이러한 간접배출에 대해 EU는 이중규제로 보고 별도로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간접배출에 따른 배출권 비용 지출은 물론 전기요금에 포함된 기후환경 요금도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접배출을 인정하고 있는 한국의 배출권제도를 EU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형평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한국형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RPS(신재생에너지의무발전) 등 제도를 보다 촘촘하게 다듬을 필요도 있다. 한국형 RE100의 경우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위원회로부터 인증받은 제도인 만큼 EU로부터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RE100 참여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국내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전원 믹스(조합)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향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속도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국제무역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중국 등 관련국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저감제도(탄소배출권거래제 등)를 근거로 EU 탄소국경제도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과 관련해 관련된 국내 제도를 점검하고 민관 공동협의회를 열어 애로사항 등을 청취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해서는 세제와 금융지원, 탄소중립 기술 관련 R&D(연구개발) 지원책을 연내 마련키로 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더라도 민관이 합심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 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이 국내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업계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계 첫 '탄소국경세' 제안…EU의 야심찬 기후대책 실현될까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입품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이른바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을 공표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의 하나로 꼽혀 왔으나 현실에서 적용된 적이 아직 없는 제도다. 이 제도에 반대하는 이해당사자가 상당한 가운데 EU가 세계 첫 탄소국경세 도입을 어떤 수준으로 달성할지 주목된다.

◇이론 속 탄소국경세, 첫발 내디딘 EU

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위원회(EC)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핏포55(Fit for 55)의 주요 대목 중 하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초안이다. 핏포55는 203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인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묶음으로, 역내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여러 정책 제안과 함께 EU 역외 기업들이 대상인 CBAM을 여기에 포함시켰다.

EC가 초안에 명시한 CBAM 대상 업종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시멘트, 전력, 비료, 철강, 알루미늄 등 5대 부문이다. 일단 2023년부터 시범 시행해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시점은 2026년으로 계획했다.

적용 방식은 이렇다. CBAM 적용 품목 수입업체는 EU 역내로 수입되는 해당 제품의 수입물량에 맞춰 사전에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EU 역외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탄소 발생에 대한 비용을 통관 과정에서 지불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탄소 국경세'라 부른다. 또 이 CBAM 인증서 가격은 'EU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시장가격에 대응시킨다. 2017년 톤당 5유로이던 이산화탄소 가격은 최근 50유로까지 올랐다.

이 제도는 EU 내 기업이 환경규제를 벗어나려 EU 밖으로 제조시설을 옮기는 '탄소 누출'을 막는다는 게 취지다. 동시에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EU 역외 기업에 환경 관련 비용을 내도록 해 EU 역내 기업과 대등한 부담을 지우는 성격도 있다. 사실상의 '관세'로 불리는 이유다.

◇안팎으로 난관

/사진=블룸버그
/사진=블룸버그

많은 경제학자들은 탄소국경세를 산업계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평가해 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탄소저감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기후클럽이란 연합을 만들고,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무임승차 국가에게 보복관세 등 일종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EU의 탄소국경세와 유사한 개념이다.

그러나 정치적 난관으로 인해 아직 어느 국가도 본격적으로 추진한 적은 없다. 당장 EU의 CBAM 추진은 다른 수출 국가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영국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도입 시 러시아, 터키, 중국, 영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국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분쟁이 본격화하면 매듭을 짓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EU 내 기업들에게 마냥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EU 역내 기업들은 이런 종류의 제도를 요구해 왔으나 실제 이행 과정에선 자신들이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EU는 CBAM가 보호무역을 위한 게 아니라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한 제도라 주장한다. 이를 위해 WTO 규정을 위반할 소지를 차단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CBAM를 도입하는 대신 EU가 역내에 부여해 온 무료 탄소 배출권 할당을 없애려 한다.

그러자 EU 관련 업계가 무료 배출권 할당 감축·폐지에 반발했다. 지난달 EU 알루미늄 업체들의 로비단체 '유러피안알류미늄'이 EC의 이번 핏포55 발표를 앞두고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게 대표적이다. 유럽 알루미늄 업계는 무료 배출권 허가 없이 CBAM이 효과적으로 탄소 누출을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내 산업계의 지원이 부족하면 이 제도를 추진하기 위한 EU와 각 회원국 간 정치적 협상이 더 지난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탄소국경세가 법제화되려면 27개 EU 회원국 및 유럽의회 차원의 승인이 필요한데 회원국 각국 정부와 정치권이 자국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EU는 CBAM가 WTO의 규정을 위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기 위해 WTO와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진=블룸버그
사진=블룸버그

◇바이든 정부, 얼마나 공조할까

다만 CBAM이 EU 각 정부에 일종의 '세수'를 늘리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EU 내 합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유인이다. EU는 2030년까지 CBAM 관련 수입이 연 90억유로(12조원)가 될 것이라 추산한다. EU 각 회원국들의 정치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부분이다.

국제적인 추진에선 미국의 지원이 핵심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소국경세 추진에 많은 정치적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EU가 미국 정부의 동참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탄소국경세를 지지했으나 바이든 정부는 EU의 CBAM 방식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 탄소국경세가 미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은 향후 EU와 미국의 공조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몬스 타글리아피에트라 연구원은 만약 EU와 미국이 함께 CBAM 추진을 노력한다면 중국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에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막대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WSJ는 EU가 앞장서 ETS를 세계 모델로 확산시킨 것처럼 CBAM이 다른 국가들의 예시가 된다면 여전히 상상 속 개념 같은 글로벌 탄소 국경세와 유사한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미국의 야심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U도 CBAM 추진에 많은 난관이 있다는 점을 시인해 왔다. 요스 델베키 EC 기후변화총국장 등은 지난달 한 정책 브리핑에서 "CBAM은 많은 사람들이 희망해왔던 빠른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 했다. 또 "(CBAM 도입이) 지금 바라는 것처럼 일찍이 아닌 2020년대 후반에야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CBAM은 지속적이고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게 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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