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델타변이 확산' 동남아 성장률 전망 줄하향

지난 3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베카시의 한 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전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사진=로이터

골드만삭스가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이 재확산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최근 몇주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거리두기 규제가 강화·연장되면서, 이들 지역의 경제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인도네시아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3.4%로 하향조정했다. 말레이시아는 6.2%에서 4.9%로, 필리핀은 5.8%에서 4.4%로 각각 낮췄다. 태국의 성장률 전망도 2.1%에서 1.4%로 낮춰 잡았다. 아시아 지역에서 방역과 경제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좋은 편에 속하는 싱가포르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7.1%에서 6.8%로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과 더 강화된 규제들이 올해 하반기 성장률에 상당한 부담을 지울 것이라 설명했다.

여기에 싱가포르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디다는 점은 변이 확산과 맞물려 방역을 더 어렵게 한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에서 2회차까지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이들의 비율은 41%에 달한다. 이 외엔 말레이시아가 12.4%, 인도네시아가 5.7%로 싱가포르와 격차가 크다. 태국과 필리핀은 접종 종료 비율이 5%가 안된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는 거리두기 완화 시점이 빠르다. 싱가포르는 5월 초 거리두기를 강화했다가 이를 지난달부터 완화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말레이시아도 올해 4분기께 거리두기 완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내년 상반기가 돼서야 완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동남아 국가별 산업구조 차이도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골드만삭스는 더 강력한 세계 경제성장률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수출 주도 경제 국가들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특히 원자재 순수출국인 말레이시아는 원자재 가격 인상의 수혜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행업 비중이 높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 비중이 적으며, 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인 인도네시아·태국 등은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