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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말라위, 2021년의 대한민국[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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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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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니?" "풍력이에요. 날개들이 전기를 만들어서 라디오에 전기를 공급해요. 큰 걸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 양수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요. (양수기로 물을 공급하면) 땅이 말랐어도 씨앗을 심을 수 있게 돼요"

수년간 계속된 가뭄과 식량난으로 고통받던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마을 '윔베'. 바짝 마른 땅 위에서 화풀이 하듯 곡괭이 질을 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한 소년이 작은 풍력 발전기로 라디오를 켜 보인다. 소년은 더 큰 발전기를 만드는데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전거가) 얼마나 필요하니?" 아버지는 잠시 관심을 보이지만, "바퀴를 떼고 자전거 프레임을 잘라야 해요. 자전거를 사용할 수 없게 돼요"라는 소년의 말에 분노를 폭발시키고 만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본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의 한 장면이다. 지난 2009년 책으로 먼저 소개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말라위의 천재소년 윌리엄 캄쾀바의 실화 스토리를 영화한 작품이다.

캄쾀바는 학비가 부족해 어깨너머로 학교 도서관을 기웃거려야 했다. 14살이 되던 2001년 풍력을 다룬 '에너지 이용(Using Energy)"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게 되고, 풍력 원리를 공부해 말라위 최초의 풍력 발전기를 만들게 된다. 자재가 없어 고무나무를 얼기설기 이어서 탑을 쌓고, 양철조각을 주워와 날개를 제작했다. 아버지의 자전거 바퀴와 프레임도 핵심 부품이 됐다. 캄쾀바의 풍력발전기는 낡은 양수기에 전기를 공급해 물을 길어 올렸고,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이 환호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자체도 재미 있었지만 에너지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우선 풍력이라는 소재. 당시 아프리카의 빈국 말라위에 살던 캄쾀바에게는 풍력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화석 연료 건 뭐건 바람 말고는 에너지 자원 자체가 없었다. 풍력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귀하신 몸이다. 다양한 에너지원이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풍력으로 라디오를 듣고, 양수기를 돌리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나라 해상에 지어지고 있는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들이 생산한 전기로 돌아갈 우리의 일상이 오버랩됐다.

새삼 에너지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도 됐다. 캄쾀바가 풍력으로 전기를 만들기 시작하자 마을은 딴 세상이 됐다. 양수기로 퍼올린 물로 이모작을 하게 되면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났다. 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듣고 음악도 즐길 수 있었다. 캄쾀바와 같은 소년들이 밤에 책을 읽을 수도 있게 됐다. 캄쾀바는 "발전기는 에너지만 준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자유'를 의미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폭염에 에어컨 없인 반나절도 버틸 수 없다. 자동차도, TV도, 휴대폰, 노트북도 모두 에너지로 돌아간다.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다. 화석 연료의 시대가 가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그린 에너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각종 규제와 비용 상승으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흔들리게 된다.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저장 수송에 유리한 수소를 활용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2021년 탄소중립 레이스의 출발점에 선 대한민국 앞에 놓인 엄중한 과제다.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새 대통령의 최우선 임무이기도 하다.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대통령 선거전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많은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출마선언문, 매일 제기되는 대선 이슈에 '탄소중립'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공정, 격차해소, 민생 등을 외치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화두가 소외된 느낌이다. '탈원전',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하나가 몰고 온 파괴력을 지난 4년여간 똑똑히 지켜보지 않았나.

아직은 선거 초반이다. 곧 여야의 주요 후보들이 에너지 정책을 놓고 토론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한다. '탄소 중립' '그린 에너지'의 시대에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2001년의 말라위, 2021년의 대한민국[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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