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마다 생존률 10%↓..."심장마비, 원격 모니터링하면 살린다"

노태호 카톨릭대 명예교수./사진=노태호 바오로내과의원 홈페이지 캡쳐

심정지가 오면 1분이 경과할 때마다 생존율이 약 10%씩 떨어진다. 심장마비가 오는 순간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제세동 장치로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심정지 발생 후 1분 이내 제세동기를 작동하면 생존율을 90%까지 올라가지만 10분 이상 방치하면 사망에 이른다.
노태호 카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명예교수는 "'골든타임' 내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원격 모니터링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심장학회 회장을 지낸 심장 전문가인 노 교수는 18일 서울 동대문구 노태호 바오로내과에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장 질환의 경우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이상 신호'들이 있어 이런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맥학회에서도 10년 전부터 원격 모니터링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노 박사는 "한국에서도 현재 강원도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서 규제 샌드박스로 원격 모니터링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며 "원격 모니터링이 본격화 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통과돼야 현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원격 모니터링과 관련, 의료법 34조를 개정해 만성질환 등에 대한 예외적으로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기부는 험준한 지리적 특성에 따른 1·2차 병원 부족으로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강원도에서 원격 의료서비스 실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바로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 사업이다. 특구로 지난 2019년 8월 지정돼 오는 2023년까지 4년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당뇨·혈압·생체신호 모니터링 등에 대한 실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 교수는 원격 모니터링이 허용될 경우 적용이 가능해지는 대표적인 기술로 이식형제세동기(ICD)를 꼽았다. 심부전증 환자의 경우 피가 자꾸 폐에 몰리면 폐울혈, 폐부종으로 숨이 찰 수 있는데 이 때 병원을 찾아 치료하게 되면 중환실 입원 비용을 부담할 뿐 아니라 치료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ICD를 삽입한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환자 상태를 보여주는 실시간 데이터가 병원으로 보내지고, 이걸 의사가 모니터링만 해주면 조기치료로 의료비용의 부담 뿐 아니라 병 자체도 초기에 치료할 수 있다.

또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심장이 일시적 정지 상태가 올 경우 ICD를 통해 원격으로 전기자극을 줘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다고 노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환자의 정보를 전송할 수 없다는 조항에 걸려 원격 모니터링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노 교수는 "원격 모니터링 장비를 삽입해두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데 매번 굳이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게 해야 하느냐"며 "기술발전의 흐름을 막을 수 없고, 원격 모니터링은 눈 앞에 있는 현실인 만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교수는 의료계가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원격 의료와 원격 모니터링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격 의료 중에서도 원격 진료는 비대면 진료로, 약국에서 처방전을 전화로 리필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전화로 환자 상태를 자세히 알 수 없는데 약을 처방하는 건 전혀 다르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면 진료는 기술적인 뒷받침이 필요한데 환자의 얼굴이나 심전도, 맥박 등을 다 세세하게 볼 수 있을 경우 처방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전화 처방 수준에서는 '원격 의료' 도입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