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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의 '하루짜리' 출근 음주단속[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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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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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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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지난 23일 오후 1시30분쯤에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제2충혼당 증축 건설 현장에서 25톤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크레인 운전자 1명과 인근에서 일하던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사진은 24일 사고현장의 모습. 2021.6.24/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지난 23일 오후 1시30분쯤에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제2충혼당 증축 건설 현장에서 25톤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크레인 운전자 1명과 인근에서 일하던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사진은 24일 사고현장의 모습. 2021.6.24/뉴스1
A팀장은 굴지 중공업기업 현장관리 담당이다. 몇년 전 어느날 아침 상황을 지금도 디테일까지 기억한다. 현장으로 출근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했는데, 놀랍게도 주취 상태인 근로자가 적잖았다. 얼마나 놀랐던지 A팀장은 이들의 숫자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현장 음주측정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A팀장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사고를 줄여보자는 차원이었는데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비를 들고 고소(높은 곳)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을 보며 속만 태울 뿐이었다.

올 초 국회서 진행된 '중대재해 청문회'에서는 한 대형조선사 CEO(최고경영자)가 뭇매를 맞았다. "사고 유형을 보면 '작업자 행동'에 많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게 화근이었다. '재해가 근로자 책임이라는거냐'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한참 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그런데 노동계에서도 '아주 틀린말은 아니잖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건설·중공업 기업 최대 이슈는 단연 내년 1월 말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중대재해법에서 가장 시선을 강탈하는건 중대재해 시 CEO 구속 등 직접처벌 조항이지만 현장이 걱정하는 포인트는 따로 있다. CEO를 잡아넣는 규정만 있을 뿐 현장 근로자가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출신 정진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이 균형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대재해법엔 현장근로자들의 안전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조항이 전혀 없다"며 "CEO부터 중간관리자, 현장관리자, 현장작업자가 모두 나서야 사업장 안전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데 법이 이렇게 만들어져 버리면 안전 문제는 '일부만의 일'이 돼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법은 시행령까지 마련돼 발효 직전단계다. 이젠 어떻게 법의 선한 의도를 현장에 잘 반영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더 근로자 안전의식이 법보다 먼저 충족돼야 한다. 중대재해법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산업현장이 아직 위험하다는 뜻이다. 법과 제도, 기업의 자구노력은 기본이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건 사람이다. 현장근로자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본인의 숙련도에 대한 과신, 눈 감고도 다닐만큼 익숙한 현장이라며 착용하지 않는 안전장비, 업계 관행처럼 반주로 걸치는 술, 숙취 등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주의를 외치고 관심을 환기해야 한다. 날씨같은 일상적 변수로도 현장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안전장치의 성능엔 100%가 없다.

법 자체에 대한 재정비 요구도 계속해서 늘어난다. 산업안전법에서 근로자들의 책임조항이 점차 줄어들다가 중대재해법에서는 아예 사라져버린 까닭은 대체 뭘까. '재해 예방법'이 아닌 '재해 처벌법'의 탄생을 앞두고 책임과 의무의 공정 적용을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와 정치권은 언제쯤 귀를 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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