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수순 극복하고 타협…현대차 3년 연속 무분규 배경은?

파업 수순이 유력해 보였던 현대자동차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이 막판 합의에 성공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산업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다. 여기에 임금 보상을 최대한 높인 사측의 통큰 결단도 협상 장기화를 피하는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울산공장 본관 2개 거점에서 열린 16차 본교섭을 진행한 끝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날 본교섭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오후 10시 30분쯤 최종 결론이 나올 정도로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이번 잠정합의로 현대차는 지난 2009년~2011년에 이어 10년만에 또다시 3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내게 됐다.


전격적으로 임금 동결을 결정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임단협은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노조가 지난해 고통분담을 고려한 임금 인상에 더해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대비한 고용안정을 전면에 내걸면서 사측과 신경전을 키우면서다. 특히 정년연장 및 해고자 복직 등을 임단협 전제조건으로 내건데 대해 사측이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 상황은 점차 심화됐다.

이후 노조가 쟁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파업 현실화에 대한 우려도 고조됐다. 노조는 지난달말 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 후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쟁의 준비를 마친 노조는 이번주를 사실상 임단협 교섭의 마지노선으로 지목했다. 이번주 내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본격적인 파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 내내 이어진 실무협의가 노사간 협상 진전의 물꼬를 텄다는 관측이다. 현대차 노사는 재확산으로 다시금 커진 코로나 리스크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업계 위기상황을 함께 극복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현 상황에서 갈등 구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극복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다.


이와 함께 사측의 통큰 결단도 잠정합의를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임단협에서 사측은 2차례나 상향된 일괄제시안을 내놓으며 노조 설득에 총력을 다했다.

도출된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달말 1차 일괄제시안의 5만원, 지난 16일 5만9000원에서 큰폭으로 상향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사측은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포인트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을 제시안에 포함시켰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인상 및 성과급과 관련해 "전년도 경영실적 및 올해 경영환경을 토대로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했다"며 "지난해 임금동결과 코로나 및 반도체 부족 위기 속 직원들의 적극적인 위기극복 동참 노력, 최저임금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역시 막판 협상 과정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안으로 밝혀왔다. 기존 요구안 만큼은 아니더라도 사측의 새 제시안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노조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정년연장 및 해고자 복직 등도 이번 합의에서 빠졌다.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안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을 그대로 유지했고 노조측도 이를 받아들이면서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7일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년연장이나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은 노조 내부의 정치적인 이슈 탓이 컸다"며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가결 여부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