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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동물은 물건 아니야"…압류물에서 개·고양이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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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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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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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eekend]물건에서 벗어난 동물①

"아빠가 진 빚 때문에 강아지에 빨간딱지가 붙었습니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아버지가 진 빚 58억원 때문에 반려견에 압류 딱지가 붙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작성자 A씨가 게시한 사진에는 강아지 등에 '압류물 표시'라고 적힌 빨간딱지가 붙어 있었다. A씨는 "살아있는 동물에게 어떻게 딱지를 붙일 수 있냐"고 토로했다.

2018년 경기도 평택에 사는 B씨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를 압류 당했다. 빚을 갚지 못해 법원의 강제집행을 받았는데 반려견도 압류 대상에 오른 것이다. B씨의 반려견은 동물감정사로부터 각각 15만원, 10만원 가격이 책정돼 팔렸다.



법무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세계적인 흐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앞선 두 사례는 그동안 반려동물이 민법 98조상의 '유체물'(형태를 가진 물건)로 간주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려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면서 종종 재산 압류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반려동물이 강제집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98조의2를 신설해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동물을 물건, 인간과 구별되는 제3의 지위로 인정하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법무부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법무부는 반려동물을 강제집행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 등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채무불이행 등으로 자산을 압류하는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이에 앞으로는 압류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입법 범위 안에서 더 강력한 처벌 내릴수도"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일각에선 동물보호법에 따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인 현행 동물 학대 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민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동물보호법상 처벌 규정(형법)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동물법학회(SALS) 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건 향후 입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재판부나 수사기관 등이 양형을 할 때 입법 범위 안에서 더 강하게 내릴 순 있다"고 말했다.

동물 관련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79건이던 동물보호법 위반 신고건수는 2020년 1125건으로 늘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고 건수는 232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소율은 32% 정도다. 신고가 접수된 사건 중에서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10건 가운데 3건에 그친다. 이 때문에 처벌까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처벌 규정 자체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실제 처벌이 그만큼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 2019년에 피의자가 동네 주민들이 키우던 고양이를 죽이고 본인이 직접 고양이를 계속 분양받아 죽인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검찰은 구약식 청구를 했다"며 "몇 마리를 죽여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환영'…반복된 '개 식용' 논의도 물꼬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지난 19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반려동물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지난 19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반려동물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무부는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칠 경우 소유자가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타인의 잘못으로 반려동물이 죽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면 시장거래액 정도만 보상받을 수 있었다.

이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처벌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달라진다"며 "과거 판례에도 반려동물 사고에서 위자료를 아예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근거가 마련될 경우)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이번 법무부 발표가 반갑다는 입장이다.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실장은 "과거부터 비슷한 개정안 법안을 발의 했었지만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등 좌절됐다"며 "동물과 인간간 관계맺음에 대해 논의를 벌일 수 있게 돼 반갑다"고 했다.

2018년 법무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89.2%)은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이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라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독일은 1990년, 스위스는 2002년 민법을 개정해 동물을 물건에서 제외했다.

법무부의 발표를 계기로 동물권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가령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개식용 문제 등도 새로운 시각에서 논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권 단체들은 개식용 종식을 위한 법안 발의를 추진해온 바 있다. 채 팀장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으로) 물꼬가 트였다고 할 수 있다"며 "관련된 입법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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