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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올림픽은 예능 프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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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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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도쿄 올림픽 개회식 중개. 루마니아 선수단 소개에 드라큐라 이미지를 사용했다./사진=MBC캡처
MBC의 도쿄 올림픽 개회식 중개. 루마니아 선수단 소개에 드라큐라 이미지를 사용했다./사진=MBC캡처
지난 23일 MBC의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는 최근 우리 지상파 방송의 무개념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낸 대형사고였다. 일개 유튜버나 개인방송이라도 비판받을 일인데 하물며 국민의 전파를 사용하는 공영방송이 이런 몰상식 방송을 내보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역대 올림픽 중계사상 최악의 참사라해도 과연이 아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기억나는 것만 추려봐도 황당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구소련에서 벌어진 것으로 기억했는데 MBC 덕분에 그 지역이 현재 우크라이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40여년전 벌어진, 해당국은 물론 전세계인 모두에게 비극인 사건을 올림픽 개막식 중개에서 들춰낼 이유가 뭔가.

칠레를 소개할땐 엉뚱하게 수도 산티아고가 아닌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언급했다. 서사모아 선수단에는 뜬금없는 헐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외할아버지가 사모아 출신인 미국인) 사진이, 루마니아에는 '드라큘라' 사진이 튀어나왔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인 개회식 국가소개를 마치 예능·오락프로 쯤으로 착각한 것이다. 인류 화합의 대제전인 올림픽에서 민감한 정치 사회 이슈는 금기인데 MBC는 아예 이를 희화화했다. 코로나19라는 전인류의 대재앙 와중에 파탄난 경제, 정치적 혼란과 내전, 궁핍 속에서도 어렵게 선수단을 꾸린 국가와 국민, 참가 선수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은 찾을 수 없다.

부적절한 자막과 이미지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줄세우기'다. 각국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 문화 대신 국내총생산(GDP)과 코로나19 백신 접종비율을 표시해 은연중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구분지었다. 부모와 같이 개막식을 시청한 많은 아이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십중팔구 아프리카와 중남미국가들은 가난하고 백신접종 조차 제대로 안된 위험한 나라이니 멀리하라는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다. 특정국가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심은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해당국 사람들은 또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생각만해도 부끄럽다.

앞서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중계 당시에도 차드공화국을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으로 표현하는 등 출전국 비하자막과 발언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받은 전례가 있다. 13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은 당시 처분이 솜방망였다는 방증이다.

MBC 제작진의 지적수준을 탓하기 이전에 내부통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거대 방송사 조직에서 이런 엽기적 방송 내용에 대해 어느 누구의 문제제기도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올림픽 같은 대형 이벤트는 수개월 전부터 준비하는데 기본적인 데스킹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원인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와 비용절감 등 구조적 요인이다.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한 개막식의 시청률을 높이기위해 무리하게 예능프로 같은 흥미요소를 접목한 것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스포츠 제작을 자회사로 넘기면서 제작 시스템은 물론 검증 절차 모두 허술해졌다. 박성제 대표이사는 뒤늦게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며 대국민 사과하고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등 각국 대사관에 사과서한을 보냈다. 또 자체 조사와 책임소재 규명, 쇄신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책임과 무게를 감안하면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규제당국과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특히 정치적 공방속에 방통심의위의 파행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내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 월드컵까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연이어 개최된다. 차제에 일정기간 스포츠이벤트 중계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을 포함해 당국의 엄정한 제재와 문책,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 그게 선 넘는 방송을 바로잡는 길이다.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사진=머니투데이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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