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노마스크" 인니 어린이들, 한 주에 150명 '코로나 사망'

최근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거센 인도네시아에서 어린이 사망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몇 주간 수백명의 어린이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대다수는 5세 미만이다. 인도네시아의 취약한 의료시스템은 어린이 사망자를 늘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베카시의 공동묘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장례식이 준비 중이다. /사진=AFP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인도네시아를 휩쓸면서 어린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재 코로나19 어린이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12.5%를 차지한다. 7월 셋째 주에만 150명 이상의 어린이가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최근 어린이 사망자의 절반은 5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의 누적 확진자는 300만명 이상, 누적 사망자는 8만3000명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확진자나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만 바크티 풀룽안 인도네시아소아과의사협회(IDAI) 회장은 NYT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후 인도네시아에서는 18세 미만 어린이 8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그 대부분은 지난 한 달 동안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어린이 사망자가 유독 높은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한 병원 응급실 외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입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AFP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붕괴 직전 상태인 의료 시스템이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병원은 포화상태여서 어린이 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다. 아만 회장은 "응급실은 이미 어른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지난 몇 주간 봤듯이 응급실에서도 며칠씩 대기를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겪게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병상이 부족한 탓에 성인 확진자의 약 3분의 2가 자택에 격리돼 있는데, 이 역시 어린이 감염을 증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와 이웃들이 신생아의 집에 방문하는 인도네시아의 전통도 어린이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NYT는 전했다. 비영리 의료단체 프로젝트 호프의 인도네시아 담당이사 에디 라흐마트는 "신생아들은 태어난 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된 이웃 혹은 가족과 접촉하면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중 6%만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만큼 접종률이 낮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12~17세를 대상으로 한 중국 시노백 백신 접종을 긴급 승인했다.

전문가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아만 박사는 "어른들은 고집불통이다.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아이들을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으로 데려간다"며 "모든 것은 어른들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 하루 3만~4만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봉쇄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경제 붕괴와 소요사태 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봉쇄조치는 1주 연장되지만 전통시장과 야외공간에 위치한 식당들부터 미용실, 차량 수리점 등까지 일부 업소들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쇼핑몰 또한 25% 인원 제한을 조건으로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