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에서 사라진 4조"…손정의가 겪는 '中 리스크'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사진=뉴스1

재일 교포 3세인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중국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투자했다가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25일(각 현지시간) 영국 경제전문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비전펀드는 2019년 118억달러(약 13조6000억원)를 들여 디디추싱 지분 20.1%를 획득했으나 중국 당국의 규제 여파로 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현재 지분 가치가 78억달러(약 9조원)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은 곧바로 중국 당국의 전방위적 규제에 놓이면서 주가가 지금까지 43% 밀렸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지난 2일 디디추싱이 개인 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며 국가 안보 심사 방침을 밝혔다. 이어 지난 4일엔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메인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를 금지했고, 지난 9일엔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25개 앱 다운로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7일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디디추싱에 벌금 50만위안(약 88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 상장을 '양봉음위'(陽奉陰違·앞에서는 순종하는 척을 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먹음)로 여기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전에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뉴욕행을 강행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의 행동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디디추싱의 몸값이 한때 1000억달러(약 115조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당시 비전펀드가 지분 매각을 검토했지만 최근 가치 하락으로 이마저도 보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다만 비전펀드 측은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디디추싱 외에도 비전펀드가 투자 중인 다른 업체도 중국 당국의 규제에 직면해있다. 중국 피트니스 앱 '킵'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 교육 기술 업체 '줘예방'은 중국 당국의 사교육 제한으로 큰 위협을 받는 중이다.

한편 디디추싱은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0.98% 폭락한 8.0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에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일부 영업정지 등 규제와 더불어 미국 증시 상장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