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봉쇄 풀고 되레 확진자 줄었네…항체 덕? 우연?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파링던의 피아노 웍스가 재개장한 후 젊은이들이 무도장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AP=뉴시스

전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9일(현지시간) 봉쇄해제를 시행한 영국에서 의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고 있다. 백신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는 시각과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난 만큼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반면 역시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미국, 유럽 등지에선 4차 유행 조짐이 일고 있다.

영국, 봉쇄 푼 이후 감염자 감소 추세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5일 영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2만9173명으로 일주일 전인 18일(4만8161명)보다 2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최근 영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5일 연속 감소했다.


일각에선 높은 백신 접종률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백신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영국 국민의 69.7%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2회 이상 완전 접종률은 55.6%다. 여기에 570만명에 달하는 영국 내 누적 확진자 중 회복해 항체를 가진 경우도 있다.

BBC는 "영국 통계청의 최신 수치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92%가 이전의 감염 경험이나 최소 1회의 백신 접종을 통해 혈액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다"며 "백신이 바이러스로부터 100% 보호해 줄 순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할수록 바이러스가 퍼질 확률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봉쇄 해제(19일) 후 이제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아 봉쇄 조치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우세하다. 최장 14일의 잠복기가 있기 때문이다.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 교수는 "30일쯤 되면 신규 확진자 데이터가 봉쇄 해제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지만 아직 봉쇄 해제를 할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런던위생열대의학보건대학원의 마틴 히바드 교수는 "현재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수가 코로나19로 입원하고 있다"며 "더 많은 예방접종이 답"이라고 봉쇄 해제 조치를 비판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 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19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광장에 모인 백신 반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유럽도 접종률은 높은 편인데…영국과 달리 백신 접종률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에서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신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이 약 60%, 미국은 56%다.

미국의 경우 나라의 크기가 큰 만큼 지역별 백신 접종률에 따라 확진 상황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앨라배마주는 완전 접종률이 33.91%로 국가 내 꼴찌인데, 연방 보건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4일 이후 이 지역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는 500% 넘게 증가했다. 현지 지역매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입원도 300%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확진자 대부분은 미접종자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연구소 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CNN에 출연해 "우리에겐 두 종류의 미국이 있는 것 같다"며 "백신을 맞지 않은 매우 취약한 부분, 그리고 백신을 맞아 상대적으로 보호되는 부분"이라며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했다. 하지만 미국은 전체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긴 이후 국민들의 백신 접종 의지가 크게 꺾인 상태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예방접종을 아직 받지 않은 미국인 중 약 80%가 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 보건 증명서 지참을 안내하는 팻말이 서있다. 보건 증명서는 코로나19 음성 결과나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문서다. /로이터=뉴스1

"접종 안하면 불이익" 밀어붙이는 유럽 국가들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델타 변이에 따른 신규 감염자 폭증이 진행 중이다. 24일 기준 프랑스 신규 확진자 수는 2만5624명으로, 지난 5월 5일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같은 날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 수는 5140명으로 이틀 연속 5000대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내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긴 것은 5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4차 대유행을 맞이한 유럽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탈리아 정부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식당 실내 식사와 체육관 이용 등 일상 생활을 어렵게 만들기로 했다. '그린 패스'라고 불리는 백신 증명서를 보유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정부가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지난 2주 동안 일일 접종자 수가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보건부 고문인 워터 리치아르디 교수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할 순 없지만, 맞지 않은 사람들에겐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역시 예방접종을 받거나 진단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식당 실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역시 이탈리아의 그린패스와 같은 '헬스 패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