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하긴 할 건데…윤석열·이준석 '주도권' 줄다리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8월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 입장을 기정사실화한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입당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양측의 기싸움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측 "尹, 8월10일 입당 제시"…尹은 반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주자들이 모이고 있는 것을 표현한 건전지 모양의 픽토그램(Pictogram)에 색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치맥 회동을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이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놓고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윤 전 총장이 전날 회동에서 '8월10일'이라는 구체적인 입당 시간표를 제시했다고 주장한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취재를 종합해 보면, 윤 전 총장은 8월10일이란 날짜를 거론했지만 입당 시기를 못박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회동에 동석했던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내가 10일에 입당하게 되면 9일엔 알리겠다'는 식으로 언급한 건 맞다"며 "입당하면 하루이틀 전에 미리 알리겠다는 게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황 수석대변인은 "다만 전체적으로 우리 당과 함께 한다는 걸 전제하는 느낌이었다"며 '8월에 입당 안 하면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 합류한) 핵심멤버들 제명해야 한다고 농담조로 말했더니 '제명 안 하려면 입당해야겠다'고 하시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윤 전 총장에게) 들었던 내용들로 하면 입당에 대해선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8월 입당 사실상 확정' 시각에도…양측 주도권 싸움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26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화기애애했던 회동 다음날 고도의 줄다리기가 벌어진 것은 양측의 정치적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선 윤 전 총장의 8월 입당에 대해 양측이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윤 전 총장 역시 전날 회동 후 "제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될지 결정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예측가능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구체적인 입당 시기다. 이 대표로선 8월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윤 전 총장을 태우는 것이 절실하다. 현실적으로 야권 1위 후보인 윤 전 총장을 제외한 경선 흥행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간 공언해온 8월 경선버스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윤 전 총장으로선 시간을 벌 필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중도·탈진보·호남까지 외연 확장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당을 위해선 지지층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당 밖 행보를 고집하다 입당을 결심한 명분을 쌓아야 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윤석열 캠프 입장에선 입당이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승리, 이준석의 타임테이블을 따르는 것처럼 비춰지기보다 윤 전 총장의 용단에 따른 것으로 보여야 한다"며 "그간 밝혀온 대로 국민이 가리키는 쪽으로 갔다고 말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막판까지 다양한 가능성 열어두려는 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으론 야권 1위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평당원으로 입당해 1%대 지지율 후보들과 경쟁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 베테랑인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맞대결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입당 시기를 못박는 것보다 막판까지 여러 변수를 감안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무너진 상황에서 입당이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캠프 내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윤 전 총장이 그 전에 입당을 완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양측 입장이 평행선인데 일단 입당할 것처럼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양측 모두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치맥 회동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준석은 당내 이견을 수습하고 윤석열 입장에서도 지지율 하락세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양쪽의 해석이 분분한 것은 입당 로드맵이 아직 정확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평혔다.